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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사상 첫 '헌다' 사건 … 중립성향 4명이 캐스팅 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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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홍원 국무총리(오른쪽)와 황교안 법무장관이 5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 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건’이 긴급안건으로 상정돼 통과됐다. [뉴스1]

‘2013헌다1.’ 정부가 5일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의 사건번호다. ‘헌다’라는 사건부호가 사용된 것은 25년 헌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부호는 오직 정당해산심판청구 사건에만 부여된다. 부호뿐만 아니라 기존 판례도 없다. 헌법 제8조와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관련 규정만 있을 뿐 실제로 활용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모든 것이 최초인 이 사건을 심리하게 된 9명의 헌법재판관 면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5기 헌재’다. 9명의 재판관 중 7명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임명됐다. 박한철(60) 현 헌재소장과 이정미(51) 재판관이 2011년 초에, 김이수(60)·이진성(57)·김창종(56)·안창호(56)·강일원(54) 재판관이 지난해 9월 새로 임명됐다. 이후 지난 4월 서기석(60)·조용호(58) 재판관이 임명되고 박한철 재판관이 소장이 되면서 현 체제가 완성됐다.

 5기 헌재 체제가 시작된 지 채 1년이 안 됐고 세간의 주목을 끌 만한 큰 사건이 없었던 탓에 각 재판관들의 성향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대체로 보수적 성향이라는 게 일반적 평이지만 명확지는 않다.

 법조계에선 김이수·이정미·김창종 재판관을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판단을 내리는 쪽으로 분류한다. 김이수 재판관은 야당(당시 민주통합당) 추천으로 지명됐다. 이정미·김창종 재판관은 대법원장 몫으로 추천됐다. 이 재판관은 유일한 여성 재판관이며 김창종 재판관은 향판(鄕判)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재판관에 지명됐다. 헌재사건 전문인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세 명의 재판관들이 짧은 기간이나마 상대적으로 유연한 결정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검찰 출신 재판관들은 대체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대검 공안부장을 지낸 ‘공안통’으로 분류됐던 만큼 보수적 의견을 많이 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추모행사가 열렸던 서울광장을 전경버스로 에워싼 조치에 대해 합헌이라고 소수의견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안창호 재판관도 대검공안기획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공안검사 출신이다. 재경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검사 출신 재판관들은 기본적으로 검사라는 업무 특성상 자신의 소임을 질서유지 및 방어에 두는 만큼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찬성해야 하는 정당해산심판 사건인 만큼 그간 상대적으로 무색 무취한 판결 성향을 보여 왔던 다른 재판관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재판관들이 대체로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적 성향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사건은 결정이 미칠 영향이 워낙 크고 전례가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기존 성향대로만 결론이 나지는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정부의 청구를 접수한 헌재는 재판부에 사건을 배당해 180일 안에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심판 기간이 정해져 있지만 심리가 더 필요하면 시일을 초과하는 경우가 과거에도 많았던 만큼 더 걸릴 가능성도 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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