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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 확정되면 세계 네 번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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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 세계적으로 위헌정당 해산 청구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과 터키, 러시아 등이 이 제도를 채택했다.

실제 해산 경험이 있는 나라는 독일과 터키 2개국뿐이다. 법무부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TF를 이끈 정점식 팀장은 5일 “1948년 정부가 수립되고 65년 정당 해산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가 헌법재판소에서 확정되면 독일 2건, 터키 1건에 이어 네 번째가 된다”고 말했다.

 1930년대 히틀러의 나치당을 경험한 독일은 재발을 막기 위해 일찌감치 정당 해산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나치당의 후계자’를 표방했던 사회주의제국당(SRP)이 52년 위헌결정을 받고 해산됐다. “그 목적과 당원의 활동을 통해 선거인들에게 테러행위를 시도함으로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려고 의도하고 있다”는 게 해산 이유였다. 당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대체조직의 창설을 금지하고 당 재산을 전액 몰수하라고 결정했다. 해산 청구가 제기된 지 11개월 만이었다.

 56년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입각해 창설된 독일공산당(KPD)이 위헌 결정을 받았다. “권력을 획득한 후 독일 전역을 포괄해 소비에트 점령 지역과 일치하는 지배체제를 확립하는 혁명정부 수립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당시 독일에서는 “나치즘의 부활을 막기 위해 도입한 해산심판제도가 원래 의도와 무관하게 사용됐다”는 여론이 일었다. 당시의 사회적 논란 때문에 1951년 제소를 받은 연방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데 5년이라는 긴 심리기간이 걸렸다.

 독일 통일 이후에는 93년 극우정당인 민족주의명부(NL)와 자유독일노동자당(FAP)에 대해 정당 해산 심판이 청구됐다. 하지만 득표율이 저조해 정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가 각하됐다.

 터키에서는 2009년 쿠르드족 반군과 연계됐다는 이유로 친쿠르드 정당인 민주사회당(DTP)이 헌법재판소에서 해산 결정을 받았다.

 법무부는 이번 결정 과정에서 독일의 선례를 집중 검토했다. 특히 통합진보당과 성격이 비슷한 독일공산당 사례를 비교법적 기준으로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점식 팀장은 “사회제국당 사건 당시 독일의 헌법 구조와 연방선거법의 구조가 현재 우리와 똑같았다”며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단에 기초해 정당 해산과 의원직 상실 청구를 함께 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냉전기와 나치 경험이 배경이 됐던 선례를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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