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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착한 기업이 성공하는 롤모델 만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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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세계적인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케이시 쉬안 CEO. [사진 파타고니아]

이상한 회사가 있다. 물건 파는 건 뒷전이다. 심지어 “우리 재킷 사지 마라”고 광고까지 한다. “환경 보호가 기업 목표”라며 유기농·친환경 원단만 쓰고, ‘갑과 을의 공생’을 강조하면서 하청업체 복지까지 챙기다 보니 값도 무척 비싸다. 적자가 나도 매출 1%는 기부한다. 그런데도 2008년 금융위기 때조차 50% 성장하며 세계적 브랜드가 됐다. 세계 최대의 아웃도어 시장인 미국에서 노스페이스에 이어 2위인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다. 시장 점유율이 컬럼비아·마모트·마운틴하드웨어·아크테릭스 등의 2~4배가 넘는다. 이 ‘착한 기업’의 성공 비결은 뭘까. 한국을 찾은 케이시 쉬안(58) 파타고니아 최고경영자(CEO)를 본지가 단독으로 만나 물었다. 그는 잔스포츠 등을 국내 수입하는 네오미오와 합자법인을 설립하고 1일 서울 논현동에 첫 매장을 열었다.

 -‘착한 기업’은 성공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우리가 롤모델이 될 것이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유기농 면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원료비는 매우 비쌌고 이익은 정말 적게 남았다. 3년 동안 재고가 계속 쌓이고 대량 감원까지 겪었다. ‘자연 환경에 피해를 최소한으로 주면서 최고의 상품을 만든다’는 목표로 똘똘 뭉쳐서 버텼다. 소비자들이 우리 생각에 공감하면서 매출이 확 늘기 시작했다. 올해 예상 매출은 6억3000만 달러(약 6700억원)다. 최근 7년 동안 영업이익이 3배 넘게 늘었다. ”

 - 어떤 철학인가.

 “파타고니아는 등산가인 창업주 이본 쉬나드(75)를 비롯해 아웃도어 스포츠맨이 모여 만든 회사다. 옷 만드는 기업이 환경보호 활동도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보호 활동을 위해 옷을 만든다.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내구성과 기능이 뛰어난 최고의 옷을 만드는 것도 오랫동안 여러 용도로 입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옷을 새로 사는 대신 나눠입고, 물려입고, 수선해 입으라고 광고한다. 필요 없는 옷은 사지 말라고 한다. 자원을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못 입는 옷은 우리가 수거해 재생 섬유로 다시 만든다.”

 -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 같지가 않다.

 “우리 활동은 자본주의의 지속을 위해서다.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것을 공급하고 창조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자본주의 아닌가. 물건을 더 사라고 압박하는 ‘소비주의’에 반대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브랜드 중에서도 고가 제품으로 꼽힌다.

  “세계 70개국 어디서나 비슷한 가격이다. 원래 비싸다. 고품질의 제품을 친환경 원료만 써서 100%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생산하기 때문이다. 일반 면은 1파운드에 77센트인데, 유기농 면은 1.8달러다. 다행히 나이키·팀벌랜드 등 다른 기업도 유기농 면 제품을 늘리면서 원료비가 떨어지는 추세다.”

 -1973년 설립 이래 합자법인을 세운 것은 한국이 처음인데.

 “한국 아웃도어 시장은 2조~3조원 더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코오롱스포츠 등 경쟁업체가 쟁쟁하지만 파타고니아만의 철학으로 차별화할 것이다. 일본의 원전 오염, 중국의 산업공해 사이에 낀 한국 소비자는 환경 문제에 민감하다. 한국처럼 일상생활에서 아웃도어 의류를 많이 입어야 한다. 130만원 하는 비싼 스키 재킷을 스키 탈 때만 입는 것은 낭비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밤, 주차장에서 차를 찾아 헤매는 것도 아웃도어 활동이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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