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외원안 폐기는 무책임 ‥‥ 닉슨도 미온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상원의 외원폐기 가결은 「닉슨」말대로 극히 무책임한 처사였다. 그러나 이 무책임한 처사는「닉슨」자신의 도움을 받아 이뤄진 것이다. 대통령의 지도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지난 20여년 동안 외원이라는 건설적인 국제협조를 지탱해 오던 이해관계의 연합세력이 붕괴하고 말았다. 「닉슨」은 「유엔」에 대한 미국의 재정지원 삭감위협을 막으려고 손가락하나 까딱 하지 않으면서 행정부는 「그리스」에 대한 군 원 중단을 막고 인도지나에 대한 자금지출제한을 방지하고 또 「캄보디아」에 대한 개입증대를 가져오게 될 지출승인을 회복하려고 완강히 노력해 왔다. 그런데「캄보디아」를 위해 지출하려는 액만 해도 미국의「유엔」지원총액보다 더 많다.
외원 안을 폐기하기로 한 상원의 결의는 변덕스럽고 앞을 보지 못하는 짓이다. 이 결의는 신중하고 지성적인 토의에서 결과된 것은 천만 아니고, 상원의 변덕스런 정치적분위기와 의원 3분의1이 결석한 가운데서 채택된 것이다.
세계최대의 입법기관이 이와 같이 졸속한 방법으로 역사적 차원의 계획안을 폐기하기로 결정한 사실은 민주정치를 신봉하는 사람들을 슬프게 함에 틀림없다.
하긴 잘못은 상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표결후의 「메시지」에서 「닉슨」은 자신의 의견표시를 제한했다. 「유엔」에서 국부축출을 찬성 투표한 나라들의 태도와 투표동기를 「닉슨」자신이 비난한 사실이 상원으로 하여금 그런 국가들에 대한 원조 안을 폐기하게 할 경향을 조성케 했던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