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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식 상 제례의 낭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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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유교의 영향으로 과거 수백년 동안 내려오던 관혼상제의 예는 이미 그 실속 없음과 번거로움으로 개혁의 필요가 강조되었고 가정의례준칙을 낳게까지 했다.
그러나 구습의 테두리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아직도 먼 듯, 특히 지방에 내려갈수록 관혼상제의 허례허식이 여전하다.
경북 안동교육대 강사 유점숙씨는 최근 안동지방을 중심으로 한 재래식 상 제례와 가정의례준칙에 의한 것을 그 비용 면에서 비교하여 간소화의 필요성을 숫자로 제시하고있다.(『안동연구』 창간호)
유 교수는 유교에서의 상제의 예가 그 의의를 효도에 두고 있는데 그 효는 겉으로 나타나는 이성적인 예절보다는 내부의 감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 경제적인 낭비는 물론 시간과 노동 면에서도 현대인에게 가정경제의 파탄 등 커다란 손실을 주는 종래의 의식은 오히려 원래의 뜻을 흐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제사 등도 음식본위의 소비의식에서 조용하고 간소한 추모의 교화적인 의식으로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71년1월의 안동시 물가시세를 기준으로 유 교수가 조사한 것에 의하면 상례의 경우 가정의례준칙에 의한 준비는 표에서 보듯이 5만3천60원이 되지만 재래식에선 엄청난 차이를 보여준다.
생활수준에 따라 상·중·하로 나누어 상급은 무려 29만9천여원이 필요하고 중급(표 참조)은 11만7천여원, 하급도 6만원 가깝게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성복의 바느질삯은 집에서 하는 것으로 해서 제외한 것이다.
제사의 경우도 우선 진설방법에서 봐도 안동지방의 남인의 방식은 제삿상 위에 24종 가까이 올려 놓아야 하는 등(가정의례준칙은 12가지) 돈의 지출과 준비시간·일손의 낭비를 포함하고 있다.
기제사의 비용은 재래식의 경우 최소한 상급은 1만3천원, 중급은 7천여원이 드는 반면 의례준칙에만 따르면 2천6백원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계산상으로도 엄청난 낭비를 담고있는 재래식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구습에 의한 체면유지 등으로 들 수 있는데 유 교수는 오늘의 사회적 사정과 생활방식에 맞는 새로운 가례를 실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예식, 즉 낭비와 허식없는 의식들은 오히려 다변화하고 핵가족화 한 현대사회에선 좋은 가족관계를 유지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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