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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만세의 유엔…충격의 세계|중공격랑에 휩쓸린 일본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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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조동오 특파원】「유엔」에서 중공의 국제사회 복귀를 인정하는 「알바니아」결의안이 압도적 다수 표로 가결되자 「사또」(좌등)내각은 궁지에 몰렸다.
제2차 대전 종식 후 대 일본강화조약으로 자유중국의 적지 않은 은혜를 입은 보수정권의 계주자 좌등 수상은 「국제신의를 앞세워 야당과 자민당 내 일부 소수의견을 적으로 돌리고 미국과 함께 자유중국의 「유엔」추방을 저지하기 위해 역 중요사항 지정방식의 공동 제안 국이 되어 「알바니아」안의 부결을 위해 과감히 선두에 나섰던 것이다.
역 중요사항 지정 결의안이 부결되고 미국과 일본이 「유엔」에서 고배를 마시던 순간, 좌등 수상은 중의원예산심의 질의 전에 참석, 중공문제와 「오끼나와」 반환 협정에 대한 야당의 끈질긴 공세의 불을 막고 있었다.
상오11시57분 복전 외상으로부터 「알바니아」안이 가결된 사실을 쪽지로 보고 받은 좌등 수상은 입을 굳게 다물고 비통한 표정이었다.
언제나 함박웃음으로 특징지어진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유엔」의 결정에 대한 각 당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휴회했을 때 국회복도에서 기자들이 「코멘트」를 요구하자 그는 전례 없이 『이런 복도에서는 대답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노발했다. 바로 자민당 수뇌 및 정부수뇌와 대책을 협의한 좌등 수상은 죽하관방 장관을 시켜 중공의 「유엔」가입을 환영하고 「유엔」의 결의에 따르겠다는 정부태도를 밝힌 다음 자유중국문제는 추세를 보아 대처하겠지만 중국대륙의 유일한 합법정부가 중공임을 솔직이 시인하고 중공과의 국교회복을 점진적으로 다루겠다고 선언했다.
하오5시30분부터 「유엔」의 결의에 대한 대 정부 긴급질문형식으로 속개된 국회서 사회·공명·민사의 각 당대표는 국제정세의 앞날을 점치지 못하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 실개한 좌등 내각의 인식착오를 정면에서 따지고 좌등 수상의 퇴진을 신랄하게 추궁했다.
답변에 나선 좌등 수상은 심각한 어조로 그러나 고자세로 「유엔」의 결의에 대한 정부의 정치책임을 질 수 없다고 말하고 자유 중국에 대한 신의를 존중한 일본 정부의 태도는 책망 받을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내각이 지닌 의회 해산권이란 보도의 은총을 받을 야당은 위협적으로 좌등 내각의 즉시퇴진을 외치고 있지만 내각불신임안은 우선 온 재해 두고 금명간 「유엔」에서의 실책책임을 지워 복전 외상의 불신임결의안과
미일섬유교섭의 타격 책임을 지워 전 중통산상의 불신임결의안을 국회에 제기하기로 했다.
자민당내 친 중공파에서는 좌등 수상이 역 중요사항 지정 방식 공동제안에 나선 시대감각의 둔화를 비난하는 소리가 높지만 야당의 격렬한 정권타도 외침에 동조, 자민당 내각을 말살시키는데 까지는 주저하고 있는 듯하다.
「포스트·사또」의 문제와 곁들여 후계 제1호로 꼽히고있는 복등 외상, 집권의욕이 만만치 않은 전중통산상을 경쟁 권에서 탈락시켜 「차기총재」란 열매를 따려는 일부 자민당 내 실력자간에 이번 실정을 정쟁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은 현저히 나타나고있다.
사회당 내부에서는 긴박한 정치정세의 혼란을 이용하여 삼목 전 외상이나 대평전외상 등 자민당반 주류파와 제휴, 이번 「오끼나와」국회서 좌등 정권의 명맥을 끊기 위해 복전·전중 두 대신의 불신임안을 기어이 통과시키려는 불온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자민당 반주류파가 정면으로 좌등내각의 실정을 공격은 하지만 이번 국회서 「오끼나와」반환협정을 비준해야 한다는 지상과제에는 이의가 없기 때문에 야당과 연계작전을 펴고 정국을 파탄에 몰아넣으리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다만 일·중공 우호촉진의원연맹이 주동이 되고 자민당에서도 이번 국회에 일·중공 국교정상화촉진결의안을 제출하기로 결정한 이상 동 결의안의 내용을 야당의 의도와는 달리 일부 완화시켜 통과시킨 다음 「유엔」의 무대에 들어선 중공의 태도를 관망하면서 자민당 내 중진(보리 간 사장이 유력)의 중공방문을 실현시켜 서서히 중공접근을 시작할 것 같다.
물론 자민당 내에서 중공에 대한 적대정책에 염증을 느낀 소장파가 좌등 집권 층에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오끼나와」반환실현 후 좌등 수상에게 영예로운 은퇴의 길을 터 주자는 대세를 누를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아뭏든 좌등 내각은 국제도박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유엔」의 결의와 중공과의 국교문제는 별개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빗발치는 퇴진 요구의 소리를 흘려 버린 좌등 수상의 힘이 전 일본에서 중공의 「유엔」가입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자는 물결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일본의 정국이 중공문제를 놓고 격동과 쟁투의 계절을 맞이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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