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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그」의 계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6일 이른 아침 몇 시간동안 서울지방에는 10m 앞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짙은 안개가 끼어 한때 출근시간의 교통에 큰 혼란을 일으키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의 짙은 안개는 특히 한강변을 비롯해서 변두리 지역에선 전형적인 「스모그」현상으로 나타나, 시민의 건강을 크게 위협했다.
또 이 통에 여의도 5·16광장에서 「롤러·스케이팅」을 즐기던 한 소년을 번호를 알 수 없는 승용차가 치어 중상을 입히고 뺑소니 친 불상사를 비롯, 도처에서 많은 윤화가 잇따랐다한다. 중앙관상대는 이 같은 농무현상을 늦가을에 흔히 있을 수 있는 기온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하고있지만, 우리는 26일의 농무현상이 바로 매연·분진·아황산「개스」등 각종 도시공해 요소가 안개에 겹침으로써 나타난「스모그」현상임을 지적, 겨울철 공해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실 공장굴뚝과 차량에서 내뿜는 매연과 연탄재로 인한 분진, 그리고 각종소음, 또 각종공장 폐수로 인한 하천 유수 및 근해의 오염 등 각종 공해요소에 대한 우리의 경각심은 이제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지 오래이다. 본란은 기회 있을 때마다 공해대책의 시급함을 경고하여 왔거니와 근자에 일어난 몇 가지 구체적 실례들은 이미 한국의 공해문제가 세계에서도 유례없을 만큼 심각한 상태에 있음을 여실히 말해주는 것이었다 할 것이다. 지난 6월30일 울산시교육청이 공해로 이전이 불가피해진 「대현」 「여천」 두 국민교의 이전보상금을 관계공해업소들에 요구했던 사실은 그 하나의 좋은 본보기 일 것이다.
울산교육청은 각 공장에서 내뿜는 유독「개스」로 학생들이 피부병, 기관지 질환, 눈·콧병 등 몹쓸 병에 걸려있고 많은 교사들도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던 것인데, 얼마 전 서울의 거의 모든 학교들도 이와 비슷한 상태에 있음이 조사결과 밝혀져 세인을 놀라게 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울산에서는 또 공해 때문에 배·사과 등 과일농사를 망친 농민들이 공해업체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었으며 법원은 농민들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던 것이다.
우리의 공해문제는 비단 공업단지나 공장지대 주변의 문제만이 아니요, 서울을 비롯한 대다수 도시주민들에게 있어서는 이제 생명에 직접적인 위해를 주는 현실적인 위험으로 등장한지 이미 오래인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대기의 오염도는 「뉴요크」나 동경을 앞지르고 세계 제1의 불명예스런 기록을 세운바있지만 이로 말미암아 시민건강이 자신들도 모르는 새에 날로 좀 먹혀가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소름이 끼치는 일이오, 특히 「스모그」현상이 자주 나타날 앞으로의 몇 달간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제고는 아무리 강조되어도 모자람이 없다할 것이다. 요새 변두리지역에서 성행하고있는 눈병과 목병의 유행에 대해서도 우리는 어쩐지 심상치 않은 감을 느끼곤 한다.
차량 매연만 하더라도 여론이 비등한지 오래이건만 별 신통한 해결책을 못 보았거니와 그런 가운데서도 당국이 뒤늦게나마 11월 한 달을 매연차량일제단속 기간으로 정했다는 서울시의 움직임을 보고 또 한번 성원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우리는 특히 얼마 전에 검찰에 공해전담부가 발족된 사실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자 하며 그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어 오랜 숙제에 대한 속시원한 해결책이 눈앞에 보여지기를 갈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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