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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신문고] 스터디 카페 엉터리 강의 피해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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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기도 분당에 사는 대학생 김태현(23)씨는 지난 7월 여름방학을 맞아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C스터디 카페를 찾았다.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언어문화복합공간’이란 광고에 귀가 솔깃했다. 카페에서는 39만8000원 상당의 6개월짜리 수강등록을 권했다. 김씨는 1개월 단위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1회 2시간씩 주 2회 수업에 외국인 친구들까지 사귈 수 있다”는 말에 기꺼이 수강권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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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첫 수업부터 실망이 컸다. 기대와 달리 수업에는 외국인이 나오지 않았다. 교재도 없었다. 한국인 리더 학생이 준비해온 프린트물에 의존하는 형태로 수업이 진행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어떻게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는가’ 등 주제가 정해져 있긴 했지만 실질적인 토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스터디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니 영어 실력이 늘 거라는 믿음도 생기지 않았다.

 김씨는 7회째 수업을 들은 후 카페 측에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수업이 시작한 뒤에는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는 결국 다른 학생에게 수강권을 양도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전체 수업 중 6분의 1밖에 듣지 못했는데 절반 가격인 20만원에 넘겼다”며 “더구나 카페에서는 양도료 명목으로 또 3만원을 요구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수강생 직장인 심모(31·여)씨는 “강사 과정 교육을 밟은 사람이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부실했다”며 “영어 실력 향상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씨 역시 50만원을 내고 등록한 1년 수강권을 4회 수업 후에 환불이 되지 않자 37만원에 양도했다. C카페의 경우 영어 면접을 통해 유학이나 연수경험이 있는 한국인 리더들을 선발해 스터디 진행을 맡겼다. 리더들은 강의료를 받는 대신 다른 회화 수업이나 학원에서 주최하는 파티에 무료로 참가할 권리를 받았다. 온라인 회원 규모가 5만6000명에 달하는 이 카페에는 지난달에만 16건의 양도 문의 글이 올라왔다.

 외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는 광고도 과장된 경우가 많았다. B카페는 한국인 수강생들을 상대로 1회 4만원씩 소개 비용을 받고 외국인들과 연결시켜줬다. 네덜란드인 마이클 무르기아(20)는 “고지받은 적도 없는데 동의도 없이 내 시간을 다른 사람들에게 팔다니 불쾌하다”고 말했다. C카페 역시 학원 라운지에 외국인들이 상주하긴 했지만 무료 한국어 수업을 듣고 그 대가로 대화 상대로 나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학원들은 ‘학원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18조)’에 따라 등록생이 원할 경우 교습 개시 이전엔 등록 수강료 전액을 환불해줘야 한다. 전체 수업 3분의 1 수강 전에는 수강료 3분의 2, 절반 경과 전에는 수강료의 절반을 둘려줘야 한다. 본지 취재진이 1개월에 15만원 안팎의 회화 과정을 운영하는 대형 스터디 카페 5곳에 문의한 결과 4곳은 “학원업이 아닌 카페업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법무법인 한길 문정구 변호사는 “최소 10명 이상을 상대로 30일 이상 수업을 진행했다면 학원에 해당한다”며 “특히 회비를 받고 시간과 과정 등이 정해진 스터디를 위해 영업장을 제공했다면 학원법 규정에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재진은 지점 8곳을 갖고 가장 크게 영업하고 있는 C카페의 합법성에 대해 교육부에 문의했다. 그 결과 “카페 홈페이지 등을 확인해보니 학원으로 판단돼 지점들에 대한 조사를 해당 교육청에 지시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해당 카페들을 고발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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