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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중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유엔」에서의 중국 문제의 토론 및 표결시기와 거의 때를 같이해서「닉슨」대통령의 특별보좌관「키신저」박사가 두 번째로 북 평을 방문한다는 것은 미국이 국부의석잔류를 노리는「이중대표 제」의 통과에 그다지 열을 올리지 않는 것 같다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은「키신저」를 북 평에 보내면서 우리보고는 대만을 위해 투표하라고 요구한다』고 말한 한 남미외교관의「불평」이 이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알바니아」안 (중공가입·국부추방)이 약간의 우세를 보이는 듯한 현실 하에서「키신저」의 북 평행이 중공 편을 더욱 이롭게 할 것은 분명한 일이다.
사실상 미국도 이렇게 될 줄은 알면서도 국부에 대한 의리상 「2개의 중국」안을 내놓아 본 게 아니냐는 설도 없지 않았고, 미국 안의 진의도 따지고 보면 국제법상의 2개의 중국국가를 지향한 건 아니었다.
「로저즈」미 국무장관의 발언들을 잘 분석해 보면 미국이 내놓은 2개의 중국 안이란 소 연방 안의「우크라이나」와 백「러시아」의 경우하고 비슷한 상태를 상정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중공은 이에 대해 거듭 국부가 총회에 남는 조건으로는「유엔」에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뜻을 밝혀 왔다.
수상 주은래와 중공의 각 기관지, 그리고 「유엔」에서「알바니아」대표의 입을 통해 이 같이 밝혀 왔다. 이것은 주은래가『우리는 원칙을「바터」하여 저버리지는 않겠다』고 한 말 속에 강력히 표현되어 왔다.
따라서 주은래가「유엔」에서 어떠한 형식의「이중대표 제」에도 명확히 반대해 온 중공의 오랜 입장을 뒤집으리라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은 중공가입과 안보리의석 부여, 국부의석 유지의 가능성을 아직도 엿보고 있고 중공이 이 선에서도「유엔」에 들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공외교의 주역을 맡고 있는 주는 다음과 같이 중공의 입장을 강력히 밝혔다.『2개의 중국이나, 하나의 중국에 하나의 대만, 또는 이른 바 독립대만을 창설하기 위해 대만을 중국대륙에서 떼어놓는데 목적이 있는「유엔」에서의 기타 불합리한 상태가「유엔」에서 생긴다면 우리들은 단호히 이에 반대할 것이며 이러한 조건하에서 우리들은 절대「유엔」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액면대로 받아들인다면 두 가지 중 한 가지밖엔 길이 없을 것이다. 즉 중공이 1945년「유엔」창설 때부터 중국대륙을 통치하다 1949년대만으로 옮긴 중화민국의 계승자로서 중국을 대표하는 의석을 차지하든지, 아니면「유엔」총회를 비롯, 어떠한「유엔」의 기관에도 참가하지 않게 될 것이다.
중공은 또「알바니아」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국내 정치 사정 때문에 금년에「유엔」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수 있는 구실을 이미 마련하고 있다.
중공은 9월 중순에「유엔」총회가 개막되기 직전「유엔」총회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조건을 내놓았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대만을 통치한 일본이 패전한 후 대만은 중국으로 반환될 것이라는 1943년의「카이로」선언과 1945년「포츠담」선언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업저버」들은 총회가 설혹「알바니아」안의 통과 후라도 이 같은 요구에 응할 것 같지는 않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①9월 초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온 모종 이변이 아직 풀리지 않고 있어 이것이 「유엔」에의 진출 저지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②「닉슨」의 중공 방문을 앞두고 중공은 미국 때문에 해를 입어 왔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흥정의 입장을 유리하게 하려 할 것이다.
③중공은「유엔」내의 주요 문제. 특히 중동이나「유엔」사무총장 선출과 같은 문제에 자신의 입장을 일찍이 노출시키기를 꺼릴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몇 가지 이유에서 18일부터 시작되는 중국대표권 문제 토의와 재결결과가 어떻든 간에 자의에 따라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유보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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