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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무사령관 인사 논란, 군 기강 잡아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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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호 02면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전격 경질된 장경욱(소장·육사 36기) 전 기무사령관이 1일 자신의 경질 배경에 대해 입을 열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월 인사 때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인사 절차와 방식에 대해 군내에 불만 여론이 많다는 게 파악돼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밝힌 것이다. 자신의 전격 경질을 “감정적이고 계획적인 처사이자 인격 모독”이라고도 주장했다.

기무사령관이 부임 반 년 만에 경질된 건 1991년 기무사 창설 이래 처음이다. 게다가 후임자인 이재수 중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의 육사 동기(37기)이자 고교 동창이다. 기무사는 군사기밀 보안과 군 내부의 주요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핵심 기관이다. 기무사령관의 이례적인 교체와 인사 논란은 자칫 군 조직과 기강을 흔들 수 있다.

국방부가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군 내부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흘러나왔다. 장 전 사령관이 4월 군 인사에 대한 야전 간부들의 불만을 김관진 장관에게 직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장 전 사령관이 청와대에 직보를 했고, 이게 문제가 돼 경질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들은 “사실이 아니다”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장 전 사령관이 입을 열면서 이 소문은 증폭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도 2일 “장 전 사령관이 (김 장관의 인사 문제를) 청와대에 2~3차례 직보해 인사에 혼란을 초래한 게 경질의 원인”이라고 시인했다.

북한의 무력 도발에 확고히 대응해야 할 군내 핵심 조직이 인사 관련 논란으로 흔들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장 전 사령관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보인다. 기무사는 방첩, 보안, 방산기술 보호, 군 지휘권 보장 등 네 가지로 업무가 한정돼 있다. 이에 따르면 기무사령부는 장관을 견제하는 게 아니라 보좌하는 기구다. 장관에게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기무사령관이 청와대에 직보하는 건 월권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또 37년간 군 생활을 한 이가 퇴임 일주일 만에 직속 상관이던 장관을 맹공하는 건 군 장성으로서나, 정보기관 수장으로서나 부적절한 일이다.

국방부에도 책임이 있다. 국방부는 지난 4월 그를 기무사령관에 임명하면서 “국가관이 투철하고 개혁성과 추진력을 보유한 군인 중 우수자를 뽑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불과 6개월 만에 경질했다면 검증 시스템에 큰 구멍이 있는 셈이다. 게다가 전격 경질 배경에 대해 온갖 설(說)이 난무하는데도 팔짱만 끼고 있다가 인사 관련 의혹을 증폭시켰다. 군 조직은 명예를 먹고 산다.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만이 군의 사기와 기강을 담보할 수 있다. 앞으로도 국방부가 파행 인사를 되풀이하고, 인사 논란에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제2, 제3의 장경욱 사태가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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