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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초현대식 박물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프랑스 지배자들은 각기 자기의 권력보유시기를 기념해 특수한 기념물을 만들어 남기는게 전통이었다.
그 기념물은 때로는 교회가 되고 때론 성이 되는 것이다.
드골 대통령도 그 전통에 따라 새로운 궁전을 짓지는 않았지만 베르사유 궁의 그랑·트리아농을 개수했다. 새로운 영광을 찾아내기보다 과거의 영광을 보존하는데 더 관심을 둔 그의 정책을 반방영하는 선택이었다. 조르지·퐁피두 대통령 역시 새 박물관 건축을 결정함으로써 그 전통을 계승했다.
레알르 가까이에 있는 공지에 보브르·센터를 건립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이를 위해 프랑스 역사상 전례 없는 국제적 설계공모가 실시됐는데 심사원들도 9명 중 4명만이 프랑스인이고 나머지는 국제적 인사들이다.
오스카·니메어 필립·존슨 장·프루베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
이 공모에 응해 세계 각지에서 모두 6백82건의 출품작이 들어왔으며 젊은 건축가들인 피아노·리처드·로저즈· 안프랑코·프란치니 등 3인으로 된 영국과 이탈리아 합작 팀의 작품이 당선작으로 뽑혔다. 3세기 전에 루이 14세가 새 시대에 맞는 루브르 박물관 건물 설계를 위해 이탈리아인 베르니니를 택했듯이 이번에도 외국인이 설계를 맡게된 것이다.
이 설계는 아주 직선적인 유리와 철로 된 덩어리 형태로서 거대한 얼음 입방체를 세워놓은 것 같은 모양이다.
거울 같은 벽돌은 십자형으로 짜여진 금속들 속에 잘 짜여서 들어가게 된 사무기능이나 서비스용 시설은 외부에 마련되게 되었고 내부공간은 최대한 신축성을 갖도록 설계되었다.
이것은 건축을 거부하는 건축이며, 박물관을 거부하는 박물관이다. 심사원들이 이 작품을 당선시킨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투명한 벽돌은 필요에 따라서 기능의 영역을 자유로 확대할 수 있다. 다른 건물들이 미래의 변형의 여유를 주지 않고 고정된 공간을 한정하는데 비해 변형의 가능성을 남겨 두는 것이다. 현재에 맞는 건물은 미래의 어떤 것으로의 변형의 가능성을 폐쇄한다는 것이다.
1975년에 문을 열이 박물관은 퐁피두 시대 뿐 아니라 20세기의 건축적 상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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