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돼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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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얼마 전 LTE용 주파수 경매에서 이동통신 3사가 90㎒ 폭의 전파를 낙찰받는 데 총 2조4000억원을 썼다. ㎒당 267억원을 지불한 셈이다. 현재 지상파방송사들이 쓰는 주파수 폭은 총 228㎒에 이른다. 경매 가치로 환산하면 6조원이 넘는 자산을 거의 공짜로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혜택을 누리기 때문에 KBS·MBC·SBS 같은 지상파방송사는 다른 범주의 방송사업자와 달리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막대한 공적 자산을 토대로 우월적 지위에서 방송을 하고 있으니 그만큼 공익성을 더 가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최근 지상파들이 유료방송과 똑같이 중간광고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주장은 이렇다. 매출 감소 등 경영 상황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데 지상파만 중간광고를 못 하게 막는 것은 불합리한 규제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방송 광고시장의 상황을 보면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2011년도 방송광고 총 판매액 3조7000억원 가운데 2조7000억원을 지상파 3사(지역MBC, SBS네트워크 민방 포함)와 그들의 계열PP가 차지했다. 점유율이 72%에 이른다. 300여 개의 비(非)지상파 방송사가 나머지 28%를 나눠 갖고 있는 것이다.

 지상파 3사의 유료방송 장악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들은 올해 3월 시행된 미디어렙 법규에 따라 ‘무한도전’ ‘개그콘서트’ ‘런닝맨’ 같은 인기 프로그램에 계열PP의 광고를 묶어서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게다가 지상파 3사는 3년 전부터 케이블방송과 IPTV로부터 재전송료를 받고 있다. 이 금액만 연간 1000억원에 육박한다. 반면 상당수의 비(非)지상파 PP들은 적자를 감수하며 영세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파라는 명백한 공공재를 쓰며 무료 보편서비스를 지향해야 하는 지상파들이 중간광고까지 허용해 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적어도 방송 광고시장의 불균형이 해소될 때까지는 시기상조다. 어른이 아이와 경쟁하며 앓는 소리를 하는 꼴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