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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지하철 진동 조사|「과기연」보고에 의문점 많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보 제1호 남대문의 옆을 뚫고 지나가는 지하철공사 문제는 문화재관리국과 서울시의 대치에서 이제는 문화재위원회와 과학기술연구소(KIST)사이의 팽팽한 대립으로 비화되고있다.
김원룡 임창순 이기백 손보기 김유선 정인국 제씨가 참석한 문화재위원회는 7일에 과기연 측의 「브리핑」을 들은 뒤, 이어 8일 소집된 회의에서는 진동방지 방안을 청부받은 과기연의 태도와 보고 내용에 대해 전면적으로 불신을 표하는 한편 보다 안전한 보호책을 강구하라고 서울시에 요청할 것을 의결했다. 이날의 위원회는 전날 과기연이 실현결과를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궁지에 몰리자 『그런 과제는 서울시가 요구한 것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변명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즉 서울시는 지하철에 의한 남대문의 보호문제가 여론화되자 지난6월 허겁지겁 방진책을 과기연에 의뢰했고, 3백만원에 일거리를 맡은 과학기술연구소 이경서 박사 팀은 그동안 실험을 해 최근증간보고서를 낸 것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를 받아든 문화재위원회는 『서울시의 의도가 문화재보호에 있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해서든지 당초의 지하철 계획을 관철시키겠다는 뚜렷한 목적아래 실험 의뢰한 것인데 과학자란 사람들이 거기에 말려 들어 어름어름 합리화 시켜주려 하고있다』는 점에서 격분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이 박사 팀이 실험한 것 은 남대문 건조물의 몇 군데서 지상 진동파장을 재어본 것이요, 한편 지하철의 모형 실험과 캐나다, 디트로이트 시의 예를 여기에 적응시켜본데 불과하다.
따라서 방진책으로 지하철의 콘크리트 벽체 밖에 코르크를 넣고 레일 밑에는 자갈을 넣는 등의 공법으로 오히려 현상보다도 진동의 피해가 감소된다는 것이 보고서의 요지이다. 이번 보고서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현재의 교통량에 의한 남대문의 진동이 40DB미만이요, 지하철의 진동음 가산해도 60∽∼80DB정도일 것이며 남대문이 당장 도괴되려면 1백20DB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는 비록 전문적 과학자는 아니지만 조사가 허점 투성이라고 지적한다.
첫째, 과기연이 제시한 「데이터」에는 지하철에 차가 한번지날 때의 것만 계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가 복수로 지날 때는 연쇄 파장이 생기고 종일토록 그것이 계속되면 피로작용이 겹쳐 끝내는 하찮은 자극에도 파괴되는게 아닌가. 특히숫 자가 없은 『대차 없다』는 용어는 주먹구구 실험의 결과가 아닌가.
둘째는, 방진 그것에만 급급했지 보조연구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지질조사를 병행하지 않았음은 물론 특히 남대문의 석축과 목부 구조에 관해 조그마한 유의도 없다.
그것은 곧 지하철공사를 합리화시키는 방안의 강구일 뿐 과학자의 냉철한 판단으로 귀중한 민족 문화재를 보호하려는 게 아니지 않는가.
세째, 예정 노선의 변경을 가장한 조사는 왜 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즉 가까이 설치할 경우와 최소한의 무해범위에 대한 것은 아예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과기연은 「노선 변경불가능」(보상비 때문)을 주장하는 서울시가 원치 않은 것에는 일체 손대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허련 국장은 앞으로 거듭 신중한 연구를 계속하겠다 고 말하면서 도 『남대문관리자인 서울시가 맡아서 뚫고있는걸 어쩔 수 없지않느냐. 다만 방진 설계가 남대문에 지장을 준다면야 다 팠더라도 다시 메워야한다.』
한편 문화재위원들은 9월말에 과기연의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그에 대해 『적어도 위원회가 요구하는 과학자의 공청회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특히 『이 역사적 사건이야말 로고위층에서 행정적으로 결단을 내리는게 긴요하다』고 다짐한다.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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