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 신민당수의 국회연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신민당 김홍일 당수는 6일 국회본회의에서 당면물가대책을 비롯한 국정전반에 관하여 신민당의 견해를 밝히는 기조 연설적 성격을 띤 대 정부 질의연설을 했다.
김 당수의 이날 연설은 정치적으로는 지난 2일에 있었던 박대통령의 새해 시정연설에 대응해서 신민당의 뚜렷한 정책대결자세를 국민에게 보여주는데 주목적이 있었다고 하겠으며, 현실적으로는 지난 4일의 기자회견에서 김종필 총리가 밝힌 정부시책을 비판함으로써 국민의 욕구불만을 대변하려고 한 것이라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이날 연설을 통해 김 당수는 먼저 김종필 내각이 제시한 정부물가대책이 실상은 『대책이 아니고 무책』이라 통박하고, 현 내각은 더 이상 물가고를 수습치 못할 때 국민 앞에 깨끗이 사과하고 퇴진할 각오를 보이라고 요구했다. 이리하여 그는 ①국민의 최저생활보장을 위해 생필품의 기본품목을 지정, 이에 대해서는 면세로써 그 값을 최적 선으로 내릴 것 ②근로자들의 생활보호를 위해 의료·양로·실업보험제의 실시 등 사회보장대책을 세울 것 ③세원보호를 가능케 하는 범위 안에서의 징세원칙을 세울 것 등 매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특히 1천억원 이상의 적자요인이 내포된 새해 예산안의 전면적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또 우리의 안보태세확립과 관련하여 『70년대 후반에 이르기 전에 주한 미 지상군의 전면철수가능성이 많다』고 지적,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보완, 초당안보상설기구의 설치, 반공법 등의 개정을 통한 통일논의의 「컨센서스」(전국민적 합의)유도를 역설하면서 민주주의의 토착화를 위한 지방자치제실시를 다시 한번 강력히 요구하였다.
김 당수의 이와 같은 요구는 그 대부분이 정부·여당에 의해 이미 명백히 부정적인 반응을 받고 있는, 다분히 정치적인 안건들이라 하겠으나 김 당수는 그 연설의 모두에서 이러한 요구들이 『누구를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요』, 우리 국민에게 지금 국내외적으로 과해지고 있는 유례없는 도전과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 총화적 참여』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충정에서 나온 것임을 밝히고 있는 점에서 많은 국민의 공감을 사기에 족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의 이번 연설을 통해서 가장 주목되는 발언은 오늘날 우리사회안팎의 온갖 불안요소들을 평가하는 인식의 심도에 있어 신민당과 정부·여당사이에는 엄청난 차가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회적 사건들- 사법파동, 수련의사파동, 대학의 자주선언, 광주단지 및 부평시장상인의 난동사건, 8·23군특수범 난동사건, 평화시장 상인들의 조세저항 등 일련의 사건들을 가리켜 『고도성장에 따라 일어날 수도 있는 일시적인 부작용』 또는 『정부시책에 대한 국민의 몰이해 등에서 야기된 불상사』라고 낙관적으로 평가하고있는 것이 정부·여당의 현실 인식인 것이다. 그러나 신민당은 이와는 퍽 대조적으로 이를 『국가민족의 장래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정보정치의 소산으로서 그로 인한 사회불안의 심도가 일촉즉발의 위험선상에 처해있다』고 말함으로써 그 해결을 위해서도 빈부간·지역간격차의 해소를 위한 과감한 분배정책의 수립과 땅에 떨어진 국민도의와 사회기강을 바로 잡기 위한 체제개편 등 근본적인 대책수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특히 강조해야할 것은 현실인식에 있어 보여주고 있는,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의 이같은 현격한 차이는 그것을 결코 여·야의 정치적 입장이나 정략적 태도의 차이에서만 생겨난 것으로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될 성질의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전국민 사이에 미만 되고 있는 극도의 불만·불신·좌절감등의 심도가 이제 정상적인 감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피부적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절실한 위기감마저 수반하고 있는 것이 가리울 수 없는 진실이기 때문에, 전기한 바와 같은 금당수의 충고는 그것을 단순히 국회에서의 다수의석을 차지한 야당당수로서의 과장된 정략적 표현으로만 받아넘겨서는 안되겠기 때문이다.
우리는 『은폐하지 말고 과감한 수술』을 권고한 야당당수의 충고를 위정당국자가 쓰다하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경청하는 아량과 용기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