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승용차 관세포탈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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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관세청은 3일 일부 국회의원, 정부와 국영기업체의 고위인사, 기업가들이 외국산 고급승용차를 교묘한 방법으로 관세를 포탈, 버젓이 자가용으로 굴리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일제수사에 나섰다. 관세청은 본청 심리과와 서울 지방심리분실의 건수사력을 동원, 3일 현재의 국산 고급 승용차를 불법으로 도입한 황성국씨 등 사주 및 브로커 5명을 관세법 위반혐의로 구속하고 싯가 2천 만원 짜리의 「홈·카」를 비롯해서 「다지」 「폰티악」 「뷰이크」 「캐딜락」등 고급승용차 20여대를 압수했다. 수사반은 지난 2개월 동안 조사한 관세포탈 승용차의 리스트에 따라 나머지 불법차량의 압수에 나서는 한편 고위인사들의 관세포탈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관세청은 국회의원과 정부 고위인사에 대한 비위사실은 명단과 사건내용을 적은 리스트를 만들어 관세기관에 제출, 응분의 조처를 받게 할 방침이다.
고급승용차를 불법 반입한 국회의원은 모당 소속 K모, M모 의원 등 고위간부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 조사에 따르면 이날 현재 관세청이 압수한 관세법 위반 고급차량을 보면 서울시 서소문동에 있는 삼안산업(대표 예관수)의 소유호화판 「홈·카」(침실·화장실·조리대가 달린 싯가 2천 만원 짜리)인 「위네바고」(서울 자9-9022호), 신형 「다지」(싯가 1천 만원·번호 미상), 「피아트」(서울 자4-8261호), 동광화학 대표 김이배씨(서울 한남동) 소유 「뷰이크」등 4대를 비롯, 올림피아 사장 김성만씨의 최신형 「다지」, 모 농산 기구의 신형 「포드」등 20여대를 적발 압류했다.
특히 압수된 예관수씨의 「홈·카」는 차안에 침실에서부터 화장실·실내 「바」까지 설비되어 있는 최신 호화판 차량이었다. 이들 고급승용차의 교묘한 탈세수법은 ①정부기관에서 관수용으로 면세수입, 1년을 굴린 뒤 관세를 물지 않은채, 싼값으로 불하 받는 것과 ②주한 외교관용으로 면세 수입된 것을 사들이고 ③한·미 행정협정에 관련 있는 외국인의 승용차를 세금을 물지 않고 사들인 후 가짜 검사증을 붙여 관세시효 5년을 지내는 방법 등이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삼안산업은 작년 미8군 모 군납계약자로부터 면세 수입된 호화판 「위네바고」와 「다지」 「피아트」 등 14만여「달러」어치를 상습적으로 사들여 관세를 포탈했고 「올림피아」 김사장은 신형「다지」를 자동차 「브로커」 서모씨로부터 2백20만원에 구입, 지난 7월27일 부산차량 검사장에서 1백50만원의 사례금을 주고 검사증을 받아 부산 자1-2289호 번호판을 달고 굴려 왔다는 것이다.
또 동광화학의 김사장은 지난 7월15일 자동차 「브로커」 전모씨로부터 싯가 4백여 만원 짜리 신형 「뷰이크」를 50만이란 헐값으로 구입, 보관 중 적발됐다.
그러나 관세청은 이날 현재 「폰티악」67년형을 불법 수입한 황씨 등 송사리급 관세사범만 입건 처리하고 있을 뿐, 국회의원·정부 고위관리들이 도입한 거액 관세포탈사건에 대해서는 압수에 앞서 관계기관에 통고, 자체 정리하도록 종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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