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활로 찾는 가을 출판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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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독서의 계절 가을에 접어들면서 출판계는 조금씩 활기를 되찾으려고 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불경기 탓인지 지난가을에 비하면 출판사들이 내는 양도 많은 편이 아니고, 기획물도 아직 뚜렷한 것이 없는 형편이다.
9월에는 「독서주간」이 있어 출판 「세미나」·도서전시회·잡지전시회·도서관무료개방 등 국민의 독서의욕을 북돋우는 여러 가지 행사들이 잇달아 열린다.
예년에는 각 출판사들이 독서의 황금기인 가을에 대비해서 여름동안 준비했던 출판물들을 9월에 접어들면서 한꺼번에 쏟아 놓았었는데, 올해는 그러한 움직임도 찾아볼 수 없으며, 조판소·인쇄소도 별로 붐비질 않고 있다.
국내 큰 출판사들이 이번 가을에 내놓을 책들을 보면 아직도 전집물 일변도라는 느낌이다. 전집물도 무게 있는 내용의 새로운 기획물이 적고 대부분 지금까지 내던 전집물의 속간정도에 그치고있다.
근 몇햇동안 계속 「붐」을 이루었던 전집물들이 이제고개를 숙일 만도 한데, 아직 전집물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전집물 외판 이외의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외판제도는 당초 서점을 통한 판매가 부진한데서 비롯했던 것이고, 최근 출판사들은 이 외상판매의 한곗점을 느껴, 현상유지를 위해 할 수 없이 전집물을 내는 정도에 그칠 뿐, 예년과 같이 전집물에만 열을 쏟는 경향은 차츰 사라져 가고있다.
외판으로는 우선 외상이니까 책이 많이 팔리지만, 완전판매가 아닌 이러한 불완전판매가 누적되면 출판사 측에만 손해가 늘어 전집물 발간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아직 별다른 진전은 없지만 출판금고와 출판문화협이 도서일원공급기구를 추진중이고, 또 출판사들은 책을 많이 팔아도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고민을 안고있어, 늦어도 연말까지는 출판계의 양상을 달리할 수 있는 계기가 와야할 것이라고 출판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9월 이후 각 출판사들이 내놓을 책을 살펴보면 우선 신구문화사가 『님의 침묵』의 시인인 만해의 시·소설·논문·수필 등 미발표원고까지 모은 『한용운 전집』전5권을 곧 낼 계획이고 또 5권까지 낸 『한국현대사』의 나머지 4권을 9월중에 속간한다. 을유문화사는 『죄와 벌』『전등신화』등 「세계문학전집」제7회 배본10권을 현재 인쇄중이며 11월에는「을유문고」제8회 배본을 낼 예정이다. 현암사는 지난 6월에 냈던 『대세계사』(전18권)의 나머지 12권(10월중발간)에 모든 힘을 기울여 「현암신서」에도 손을 못 대고 있으며 연말에나 『한국학개관』정도의 단행본을 낼 계획이다. 태극출판사는 9월초에 『현대여성교양전집』전10권을 낼 계획이고 단행본으로는 「키신저」의 『외교전략』, 정계야화 「스타일」의 『국회의원』등을 각각 낼 예정이다.
시사영어사는 내용을 수정한 『영한무역산업대사전』과 미국무성이 개발한 외국 성인용 영어교육서 『English Nine Hundred』전6권을 낸다.
이 영어 책은 미 「맥밀란」사와 판권계약을 맺고 내는 것인데 각 권에 「레코드」10장씩을 끼어 9월초에 3권, 9월말에 나머지 3권을 낼 계획이다.
삼중당은 6년전에 사육판 20권으로 냈던 『이광수 전집』을 국판10권에 수록, 9월20일쯤 낼 계획이다.
또 삼성출판사는 지난6월에 6권을 냈던 『대 세계의 역사』나머지 6권을 10월중에 낼 계획이고 그밖에 『샤르댕 전집』전5권을 기획중이다.
정음사는 33권까지 낸 『신역 세계문학전집』을 10월에40권까지 내고 연말에 50권까지 완간할 계획이다. 또 이미 20종을 내놓은 「정음라이브러리」(사육판)도 가을 중에 4, 5권 기획중이다.
단행본만을 내는 일조각은 8월말의 『고려정치제도사연구』에 이어 『한국구비문학』, 박두진씨의 영시본 등을 낼 계획이고 민중서관은 새로운 신어·시사어·용례 등을 많이 보완한 새 영한사전을 계획하고 있다. 또 동화출판공사는 9월말에 『세계의 문학대 전집』12권을 속간, 34권까지 완간할 예정이다.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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