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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희<작가>|동해안 일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숙 영에게
관광호가 부산에 도착한 것은 1분도 어김없는 오후 1시50분이었다. 입시준비에 바쁜 너를 위해 금년 피서는 그만두자고 했는데 1년에 단 한번밖에 없는 아빠의 휴가인데 다녀오시라는 너의 권고를 못이기는 체 오기는 왔지만 역시 이곳에 도착하니 너 없는 피서가 어쩐지 허전하구나.
부산의 진미인 싱싱한 생선회를 점심으로 먹고 일광으로 출발했다. 오후3시, 섭씨 30도의 태양이 내리쬐는 아래 우리를 태운「택시」가 곧 부산 도심지를 빠져나가 달리기시작하자 동해안 도로가 어찌나 포장이 잘되어있는지 미끄러져 가듯 차가 흐르는 것이 마치 바다 위를 가는 부드러움이었다.
그 양편의 정경이 또한 표현할 길 없이 아름 다와 너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 까와 견딜 수가 없구나. 바른쪽에 시퍼런 동해 바 다가 굽어보이며 멀리 자옥한 안개로 수평선이 손을 뻗치면 곧 잡힐 듯한 착각이 들만큼 내 이마 가까이 있으며 왼쪽엔 숲이 우거진 송림이 있어 솔 나무가 수액을 빨아올리는 소리까지 들릴 것같이 적정한 길을 차가 달리는 것이 얼마나 쾌적한지 서울에선 어떤 방법으로도 맛 볼 수 없는 상쾌한 기분이었다. 가는 도중 해운대 송 정 해수욕장을 지나갔는데 그곳은 벌거벗은 인파로 우글우글해 조용한 곳을 찾아가는 우리에겐 조금도 흥미가 없었단다.
부산을 떠 난지 1시간쯤 꼬불꼬불 한적한 시골길을 더듬어 송림으로 뒤덮인 조용한 어촌에 다다랐을 때 찝찔한 바다냄새가 내 코를 찌르며 마침 지나가던 고기잡이 발동선이 퉁퉁거리며 우리들을 환영하고 있었단다. 아! 여기가 우리들이 찾아온 일광이로구나 하니 우리들의 심장도 발동선 고동모양같이 뛰기 시작했다.
우리는 바다 가까운 곳에 방을 얻고 여장을 풀기가 바쁘게 바다로 나갔다.
몸이 파 닿게 물이 들 것 같은 바닷물.
손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갈매기들도 둥둥 떠 있는가 하면 날쌔게 물을 차고 올라가는 모습이 꼭 일등비행조종사같이 멋져 지열 이는『야! 나도 갈매기가 됐으면 좋겠다』해서 우리들은 한바탕 웃었단다. 일상생활을 만화와 「텔레비전」속에서 살다시피 하는 지열 이도 이런 자연 앞에 갖다놓으니 꼬마시인이 되는구나.
송림사이로 해가 숨어버리자 푸르렀던 바 다가 온통 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우리들은 물에서 올라와 저녁 준비를 했다.
아빠는「버너」에 불을 붙이고 화 경이와 지열 이는 감자를 깎고. 밥이 다 될 때쯤 아빠가 어디선가 팔딱팔딱 뛰는 장어를 열 마리쯤 사오셔서 나는 병에 넣어온 고추장을 꺼내 초고추장을 만들었다.
해수욕장 밤은 또한 시끄러운 것이 특징인 것 같다. 낮의 태양아래 뛰놀던 흥분이 가시지 않아 이들은 계속 바닷가에 「캠프·파이어」를 피워놓고 밤이 깊도록 흥에 취해 가는 것이란다. 그럼 안녕히. 엄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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