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질서 뒤흔든 닉슨의 비상조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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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설>
닉슨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일종의 비상조치라 하겠으나 그것이 국제경제질서를 근본적으로 교란시키는 성격의 것이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로 중요한 시사를 하는 것이다.
첫째, 금태환의 중지와 통화자산의 교환정지조치는 「달러」의 교환성을 부인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당분간 국제통화의 교환성에마비를 가져올 것이다.
둘째, IMF체제의 본질은 「달러」와 금을 기준으로 하는 평가체제를 뜻하는데「달러」의 금태환 중단은 곧 IMF체제의 기능마비를 뜻하는 것이다.
셋째, 통화의 교환성이 정지되는 것은 무역거래질서의 교란을 뜻하는 것이며 새로운 통화체제의 확립이 이루어질 때까지 국제무역은 커다란 지장을 받지 않을 수 없게되었다. 그러므로 자유무역을 지향하던 무역질서가 당분간 보호주의적인 색채를 짙게 할 것이다.
네째,「닉슨」은 9월의 IMF총회에서 새로운 통화체제의 수립을 위한 협의를 제안했으나「닉슨」이 단독으로 「달러」 교환성을 정지시켰다는 사실자체가 앞으로의 협상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그 동안 상대적으로 강세에 있는 주요 선진국의 평가절상을 희망했지만 그것이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달러」의 교환성을 일방적으로 정지시키는 비상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9월의 WMF총회에서 WMF체제를 어차피 개혁하도록 일방적으로 강압하는 입장을 미국이 취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현행 WMF체제가 고정평가체제인데 이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대안으로서 유동환율제 내지 굴신환율제가 그 동안 강력히 논의되었으므로 일응 미국이 이를 원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내셔널리즘」이 주도하는 개발사상은 결국 새로운 중상주의로 귀결되어 오늘의 유동성파동을 파생시키는 주요원인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므로 유동환율제의 채택은 환율체제의 불안성을 가중하는 결함을 내포하고있어 문제해결의 결정적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을 고려할 때 IMF체제의 개혁은 단시일 안에 결말을 보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미국이 이와 같은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아니 될 경제적 상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금 보유고는 6월말 현재 1893년 이후 최하수준인 99억 6천만「달러」로 줄어들어 이 이상 금태환을 허용할 수 없게 되었다. 71년4월 이후 3개월간 무역수지적자가 계속되었으며 6월중의 적자만도 3억6천2백60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무역수지적자로 자본수지적자를 메우던 미국이 이제 국제수지 면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전무해졌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가속화되어 7월중의 도매물가는 6년이래 최고인0·7%나 상승했다. 또 소비자물가지수는 70년 말의 120%「포인트」에서 71년4월말 현재 1백31%「포인트」로 11「포인트」올랐다. 반면 실업률은 7월중에 0·2%나 늘어나서 5·8%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닉슨」의 이번 조치는 미국경제가 세계경제를 지배하던 시대가 종결되어가고 있는 과정의 한 단계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이규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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