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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과 무관한 민간 교류로 남북관계 타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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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통일연구원 주최의 국제학술회의에서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추진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왕판 중국외교학원 교수, 고윤희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장, 박영호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센터 소장,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이정민 연세대학교 교수. [김상선 기자]

정체된 남북관계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남북 간 정치상황이나 북핵 문제와 무관하게 추진할 수 있는 분야를 구분해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9일 통일연구원(원장 전성훈)이 주관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추진전략 국제학술회의에서 이같이 강조하면서 “학술, 문화예술, 스포츠에서의 민간 교류가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대부분의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앞으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제정된 지 수십 년이 지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변화된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하고 ▶남북한 사이 상시 대화채널을 구축해야 하며 ▶남북한 사이 위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남북한위기관리공동위원회(가칭)’ 구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그는 “1989년 제정 이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였고, 그 이후 지금까지 남북한의 독자적인 ‘국가성’이 강화되었다는 점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이 보는 북한과 우리가 서울에서 보는 북한은 근본적으로 다르고 중국이 평가하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며 “중국은 ‘통일한국’ 이후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센터 소장은 “통일외교는 복합외교로서 전방위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며 “통일부에 국장급 ‘통일국제협력관’과 외교부에 ‘통일외교기획관’ 자리를 만들어 통합적인 통일외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윤희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소장은 “한반도에서 안보 축(Axis of security: 한·미·일)과 경제 축(Axis of economy: 한·중·러·유라시아)이 충돌하는 국제정세가 진전될 경우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며 “창의적이고 균형 있는 대북정책 추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발표자는 북한에 대한 강·온 양면전략을 적절히 구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은 환영할 만한 것이긴 하지만 김정은 체제의 성격으로 볼 때 남북 간에 갈등이 증폭될 위험성을 동반하고 있다”며 “한국이 중층적인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배치하면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과 개발원조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용섭 국방대 교수도 “한국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선제타격능력과 방어능력을 구비하는 전략을 취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게 해준 후 협상으로 유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진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DMZ 세계평화공원은 남북 갈등해소를 직접 추동할 수는 없으나 대화의 시작점을 제공하면서 갈등해소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을 꼬집는 토론자도 있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신뢰프로세스의 비전과 방향은 좋으나 동력이 없고 형식이나 원칙에 사로잡혀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모호성을 가진다”며 “돌발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며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주문했다.

 한편 이날 학술회의에 참석한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북한이 옳은 판단을 하도록 유인하는 정책”이라며 “한반도 정세가 부침을 겪더라도 이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강력한 안보와 유연한 대화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수레를 움직이는 두 개의 바퀴와 같다”고 말했다. 안희창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글=정영교 연구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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