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제자·김상옥>부채|그림-오경자 시-김상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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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쪽 죽지는 숨겨놓고
구름 속 멀찌기 숨겨놓고
한쪽 죽지만 접었다 펄쳐든 날개라 하자.
떨리는 눈썹은 내리깔고
이마 위에 주름살 다시 걷어
안개를 실어낸 학이라 하자,
물결에 일렁이는 학이라 하자.
먼바다 울부짖는 해일에 까지
어느 기슭 너울 치는 송가에까지
잔잔히 밀리는 넋이라 하자,
소용 돌아 굽이치는 넋이라 하자.
당근 질도 참아낸 허구헌 날
비지땀 흘리던 고된 몸부림을
미친듯 실어보낼 춤이라 하자,
신 들린듯 너울대는 춤이라 하자.
한쪽 죽지는 묻어놓고
가슴속 깊숙이 묻어놓고
한쪽만 들고 나와 춤을 추는 학이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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