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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형식의 연립-김홍일 체제의 문제점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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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총선 뒤 두 달 넘어 끌어온 신민당의 당권 경쟁은 김홍일씨를 미는 연합세력(범주류)의 승리로 끝났다.
이제 신민당은 유진산씨의 강력한 단일지도 체제에 이어 주류에 중도세력이 합세한 김홍일 당수의 복합체제를 갖추게 됐다. 당헌규정에 의한 형식상의 당수권한이 축소되지는 않았지만 김씨가 여러 세력의 힘으로 당권을 잡았다는 점에서 내용적으로는 각 계파의 연립형식과도 비슷한 복수지도체제의 성격을 띠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따라서 당 요직의 안배문제는 김홍일 당수의 새 체제가 해결해야할 첫 시련의 과제이기도하다.
김홍일씨를 당수로 끌어올린 범주류는 진산계·김영삼씨·이철승씨 그리고 군소「그룹」으로 정해영·김재광 김형일씨를 손꼽는다.
당수 족에 할당된 14명의 정무위원 (자적 「케이스」인당수제외)인선과 사무총장·원내총무·정책심의 회의장 등 당6역의 임명 및 국회부의장의 지명문제 등은 연합세력인 범주류 안의 이해가 미묘하게 얽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더구나 3차 투표의 실력대결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비주류와 양일동씨 측에 대해서도 포용적인 조처를 취해야하므로 김홍대 당수를 정점으로 하는 체제경비작업은 다소 시일이 걸릴지도 모른다.
당권경쟁이 전례 없이 치열했던 것은 경쟁의 바닥에 75년을 내다보는 김대중씨와 김영삼·이철승씨의 포석이 있는데다 진산 파동으로 인한 파벌의 불신과 감정대립이 겹쳤기 때문이다.
신민당의 당수는 사무총장·원내총무 등 당수직의 임명, 국회부의장의 지명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따라서 당권을 잡는다는 것은 수파세력을 확대하는데 결정적인 힘을 갖는다.
이번 당권경쟁에선 주류와·비주류 모두가 그들 세력의 확장, 75년의 후보지명에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선 기어이 쟁취해야할 자리였다.
진산계·김영삼씨·이철승씨로 대표되는 주류의 조직은 원내와 지구당위원장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이에 반해 김대중씨 조직은 원내나 지구당위원장은 주류에 비해 적지만·지방의대의원을 많이 포섭해있다.
주류는 이번 대회에서 당권을 쥐면 내년 봄에 있을 지구당 개편을 통해 주류지구의 김대중씨계 대의원을 모두 제거하겠다는 속셈이다. 주류 말로는 이번에 당권을 잡게되면 72년 대회는 거의 경합 없이 주류구상대로 당을 다듬어 갈 수 있다는 얘기며 이 때문에 총력을 기울였다.
김대중씨로서도 그의 세력확장이 아니라 세력의 유지를 위해서도 당권 도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즉 그가 당권을 잡아야만 각 지구에 있는 그의 대의원들을 지키고 주류 색이 엷은 소속의원과 지구당위원장을 포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제 김영삼, 이철승씨는 당권을 잡은 쪽에서 서로 견제하고 경쟁할 것이고 김대중씨는 「비주류」로의 조직확장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계속하게 됐다.
삼파전 속의 세 차례의 표 대결양상은 각파가 예상한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1차 투표의 범주류·비주류 표는 순전히 자파 표였으며 양표는 진산계의 일부와 중도세력이 합세한 것으로 관측됐다.
2차 투표에선 김홍일씨 18, 김대중씨 38표가 1차 때보다 늘었고 양씨 표는 61표가 줄었다. 김홍일씨로 간 18표는 중앙당의 부·차장을 포함한 청년당원 표, 김대중씨에게 간 38표는 박병배 씨의 20여 표와 일부 비주류계 표로 분석되었다. 2차 투표의 양씨 표1백11은 역시 진산계 일부와 혁신세력이 포함된 순전한 양씨 표로 보고있다.
범주류의 김홍일씨가 2차 투표까지 과반수선(1차 4백42·2차 4백10)을 못 넘은 것은 진산 계 일부 등 골수주류의 상당수가 양씨에게 갔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한민당·민주당 구파로 이어온 주류의 보수 체질이 당력 5년 미만의 김홍일씨에게 선뜻 기울어지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였으며 따라서 골수주의 류의 김 당수에 대한 지지 폭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기대되지는 않았다.
비주류의 김대중씨 표는 1차 때의 3백2표를 김씨의 고정 표로 볼 수 있으며 신민당 내 단일세력으로는 가장 많은 것이다. 그러나 이 표는 작년9월 대통령후보 지명대회 때 1차 투표에서 얻은3백82표 보다 80표나 줄어든 것이다. 이것은 지난 선거를 통해 대통령후보로 나서게된 「40대 기수」 논이 아직 당권을 맡도록 당내 체질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윤기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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