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타는 인사, 국면돌파 승부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검찰총장 후보자에 김진태(61·사법연수원 14기·사진) 전 대검찰청 차장을 지명했다. 채동욱 전 총장이 퇴임한 지 27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25일 감사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등 공석 중인 정부 인사 인선을 단행한 데 이어 이날 검찰총장 후보자를 발표했다. 평소 박 대통령 인사 스타일에 비하면 속도감이 있다는 평가다. 정부 요직 인사에 이어 지연돼 온 공공기관장 인사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신속하게 인사를 한 데는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등 현안을 마무리하고 ‘위기의 검찰’을 하루빨리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공직 기강을 다잡는 동시에 하반기 중점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김진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검찰 조직을 하루빨리 정상화하고 현안이 되고 있는 사건들을 공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정라인의 PK(부산·경남) 편중 인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만신창이가 된 검찰 조직을 바로잡는 데는 김 후보자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있고 한상대 전 검찰총장 낙마 이후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검찰 내부를 잘 추슬렀다는 점을 박 대통령이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4명의 총장 후보자 가운데 가장 연장자이고 사법연수원 기수도 가장 높아 검찰 조직을 장악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봤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후보자는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다. 인천지검 특수부장, 대검 중수 2과장 등을 지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 수사, 임창열 전 경기도지사 비리 의혹 수사 등 굵직한 사건을 여럿 처리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김 후보자는 검찰총장 권한대행, 서울고검장 등 검찰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고,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한보 비리 사건 등 국민적 이목이 집중됐던 사건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한 분”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가까워 박근혜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 실장이 법무부 장관이었던 1991년 김 후보자는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로 근무한 인연이 있다. 하지만 야당은 청문회 과정에서 이를 고리로 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야당은 특히 정홍원 국무총리(경남 하동), 김기춘 비서실장(경남 거제), 양승태 대법원장(부산),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경남 마산)에 이어 김진태 후보자(경남 사천)까지 PK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 걸 파고들며 공세를 펼칠 계획이다. 민주당 김관영 대변인은 “특정 지역·대학으로 뭉친 인사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갖고 국정운영을 잘해 나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 없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청문회는 이르면 11월 둘째 주에 열릴 전망이다.

신용호 기자

관련기사
▶ '깐깐한 선배, 까칠한 후배' 내로라하는 선배도 어려워 해
▶ "대가 쎄…외압 막을 것" vs "靑 검찰 장악 의도"
▶ 김진태 청문회 '아들 병역면제·재산 증식' 쟁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