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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미 부분배급제 구상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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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기선씨(고대교수)=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곡가 조절은 역시 시장가격 기구에 맡겨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듭해 온 배급제를 다시 부활시킨다는 것은 자유경제를 표방하고있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정책적 후퇴를 의미할 수도 있다.
도시 저소득층에 대해서만 배급제를 실시한다 하더라도 과연 어떤 기준으로 이의 대상을 선정하는가의 문제가 있고 배급제실시를 위한 유통체계의 재구성이라는 현실적 문제점도 없지 않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수준의 정부미 확보능력으로 전체수요의 어느 부분까지「커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여타 일반미 가격은 그대로 방임할 경우 미가상승을 더욱 촉진할 우려조차 없지 않다.
▲박근창씨(중앙대교수)=전시하의 일제 때에도 허위보고·정실개재 등 각종 부정사고와 문제점을 노정 시켰던 배급제를 부활시켜 이를 통해 곡가 조절을 꾀함은 양정의 정도가 아니라고 본다. 구태의연한 배급제실시나 양곡수급계획의 차질에 따른 무분별한 외미의 도입도 양곡정책의 부재를 나타내는 고식적인 정책이다.
쌀은 소비자 선택에 맡겨 자유 판매해야하며 쌀값은 수급원리에 따라 현실화하고 농림통계 등 각종 정책자료를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알리고 정책적인 차원에서 쌀의 가수요를 없애는 등 근본적인 양정의 쇄신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배급제나 외미 도입은 어디까지나 양정의 기본을 벗어난 편법일 따름이다.
양정에 관한 한 행정력에 치우치기보다는 원리에 입각하는 것이 소망스럽다.
▲박기혁씨(연세대교수)=생산통계는 물론 수요통계조차 확실하지 못한 현실에서 미곡수급의 정확한 파악이 전제되는 배급제실시는 그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그리고 일부배급제실시는 자유시장체제와 통제체제의 이중구조를 형성하는 부조리를 낳게될 것이며 이는 합리적인 양정이라고 볼 수 없다.
실제 배급제를 실시할 경우에도 재원문제·경제적인 효과·배급제에 따른「마키팅」문제 (유통「채늘」의 새로운 구성에 따른 추가비용부담을 포함한) 등 구체적인 제반과정에 대해 면밀히, 그리고 충분한 시간여유를 갖고 검토·연구한 뒤에 신중히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 해에 1백만 섬의 착오가 나는 생산통계는 말할 것도 없고 아직 전무하다시피 된 수요측정도 새로운 차원에서 재검토된 연후에 이를 근거로 양정이 재편성되어야 할 것이다.
▲조동필씨(고대교수)=부총리의 양정에 대한 이번 발표는 한국농정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한 것으로 생각된다.
해마다 부족량을 안역하게 외곡 도입에 의해 메워왔기 때문에 농가소득이나 생산증대는 도외시되었고 외화부담은 놀랄 만큼 늘어난 것이다.
고소득층에게는 시장구매, 저소득층에게는 「쿠퐁제」를 운위하지만 본질적으로 절대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쌀 도입감소에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소득이 3백불 선을 넘어설 때까지는 1인당 양곡소비량은 계속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 제도는 쌀값을 고소득층에게 전가(저소득층에 싸게 판 것만큼)하는 결과는 가져올지언정 현 시점에서 외곡 의존도를 내리기는 어려울 줄 안다.
우원 한 일 같지만 생산비와 소득보상방식에 따르는 농민의 생산의욕에 불을 질러야한다. 국내생산량의 증대를 시도하면서 한편 외곡 도입을 줄이는 방안이 강구되어야한다. 잡곡혼식도 「강조기간」에만 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하지 말고 일상화 시켜야한다. 양정의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또 고소득층·저소득층의 한계 결정도 문제이고 사회적·심리적 파급에도 관계당국은 생각을 해보았는지 의문이다.
잘못된 정책이 누적되어서 단시일에 고치기는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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