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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수경쟁 의견 모아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정희 대통령은 23일 하오 청와대에서 김종필 총리와 외무·국방장관·중앙정보부장·합참의장 등 관계관 들을 불러「모종 대책회의」를 가졌는데 참석자의 면면으로 미루어 안보관계회의로 짐작될 뿐 회의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회의를 끝낸 뒤 김 총리는 『우리가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더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이후락 정보부장은 『생각이 안 난다』고 회의내용을 묻는 말에 딴전을 피웠으며 최규하 외교담당 특별보좌관은 『비서실장에게 물어 보라』고 미루었는데 김정염 실장은 『내가 무엇을 알겠느냐』고 입을 다물곤-.
한편 이 회의에 참석하고 온 김용식 외무장관은『제발 이번만은 묻지 말고 봐줘야겠다』 고해서 중요안보문제가 다루어진 인상을 풍겼다.
공화당 총무 단의 첫 시련 전은 실패한 셈.
총무 단은 취임 다음날 신민 당사까지 출장을 나가 국회를 7월 1일에 열 것을 교섭했었는데 정해영 신민당총무는 『7월 1일 개원이 불가능하다』는 회답을 24일 했다.
거부회답을 전화로 받은 김 공화당총무는 『영국의 의회는 남자를 여자로 바꾸는 일 이외에 무엇이든 다할 수 있다는데, 법률상의 미비가 있다해서 율사들의 말을 들어 개원을 늦출 수 있느냐』고 재차 애원하다시피 했으나 정 총무는 끝내 거절.
김 총무는 『윤길중씨도 신민당의 유력한 율사지만 헌법정신에 따라 7월 1일에 개원하는 데에 찬성이더라』면서 『끝내 불응하겠다면 대통령 취임식에 김홍일 당수와 전 당선자들이 참석하도록 힘써달라』고 부탁.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수경쟁 출마여부에 대해 아직도 결심을 못하고 있는 김대중씨는 23일 하오 국회도서관에서 송원영 조연하 박종율씨 등 소장측근들로부터 결단을 촉구 받았으나 『여러분들이 의논해서 의견을 모아달라』고 되풀이.
김씨 스스로가 결정을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정일형 윤제술 김원만씨 등이 김씨의 당내위치 보강 등 대안을 전제로 한 불출마를 권하는 반면 윤길중 정헌주 송원영 김상현 조연하씨 등은 당수경쟁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등 비주류 내부의견이 엇갈려 있기 때문.
그래서 김대중씨와 측근 참모 진들은 금주 내로 자파 세력으로 보고있는 원외지구당위원장 40여명을 「그룹」별로 만나 의견을 듣기로 했다고.
김씨 측근에 의하면 김씨는 당수경쟁에 나서는 쪽으로 의견이 기우는 것 같다는 것이고 그것은 유진산씨의 명예회복을 내건 진산 계의 대 김씨 공세가 차차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데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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