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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진도 개 순종은 사라져 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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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진도는 면적이 4백46평방km에 11만3백51명의 인구를 가졌다. 이 진돗개의 내력에 대한 정설은 없지만「모리」박사의 설이 외에 촌 노들의 구전으로 내려오는 몇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남 송 시대에 중국무역선에 진도 앞 바다에서 조난, 배에 있던 개가 헤엄쳐 진도에 닿아 길러졌다는 것. 또 하나는 고려조에 배중손에 난을 일으켰다가 진도군 용장성에서 농성했을 때 토벌하러 갔던 몽고군의 군 전이 남아 지금까지 사육되었다는 설이 있다. 포진도 군목장면 (지금은 지산 면)에 이조 초부터 국영목장이 있었는데 이 목장을 지키기 위해 몽고에서 들여온 개를 당번 견으로 두었던 것에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 등 모두 진도 개가 북방에서 왔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겨레의 자랑이자 애견가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담뿍 받아오던 진돗개가 자칫하면 멸종을 못 면할 위기에 놓여 있다.

<슬기와 용맹성 등 뛰어나>
날렵한 몸매, 쭝긋한 귀, 탐스러운 털에다가 슬기와 용맹성 그리고 복종하는 미덕을 함께 지닌 진돗개 세계 1백 50여종의 개 가운데 진도 개는 순수한 혈통과 독특하고 우수성을 지녔다 하여 일찍이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되어 있다. 살아 있는 문학 재로서 소중히 다뤄지고 알뜰한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도 당국의 관리 소 홀과 인식 부족으로 이제 원산지 진도에서까지도 순종의 행적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작년 한해 동안 진도에서 5천 마리의 개가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죽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이러한 진도 개의 폐 사 원인을 현지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으며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진돗개·보육조합집계에 따르면 현재 남아 있는 개는 5천7백35 마리고 이중에 진짜 진돗개 에 80%이상 닮은 개는 18마리뿐 즉 색깔·키·골격 등 외모와 걸음걸이·품성 등 20개 항목의 순종 기준 채점표에 80점 이상을 받은 개가 이것 밖에 안 된다는 것. 나머지는 모두 잡종이거나 50∼70%밖에 닮지 않은 유사 진돗개들이다. 18마리의 혈통 대 마저 민가에 예탁되어 여기 저기서 아무렇게나 암수가 어울리고 있어 진돗개의 혈통고정은 아예 방치 상태고 진도 곳곳에서 보이는 이른바「진도 개」는 이름 뿐의 진도 개이고 귀가 축 늘어졌거나 얼룩배기가 태반이다. 실상 가상으로 6월10일자로 진돗개의 육지 반출 영이 내려지자 우수한 개 50여 마리가 벌써 육지로 팔려 나갔다.

<35년 전에 일 교수가 발견>
전도 개「브로커」들은 제철을 만났다는 듯 진돗개와 엇비슷한 잡종 개를 전남해남군 둥지에서 헐값으로 구입, 진도에 몰래 들여가, 멋모르는 서울 손님에게 강아지 1마리에 8천 원 씩에 팔아 넘기는 등, 현지의 개 시장과 길거리에는 진돗개와 똥개가 어울려 마구 쏘다니고있다.
67년 진도 견 보호 육성법 제정으로 섬 안에는 진도 견 보육조합이 생겼지만 조합장이하 전직원은 14명. 계휙 사업은 커녕, 고유업무도 못보고 있다. 보육조합이·진도 개의 혈통고등을 위해 설치한 육로 시험장에는 네 마리의 혈통 견이 있을 뿐이고 개집의 넓이도 통틀어 35평. 한 마리가 10평도 안 되는 좁은「콘크리트」는 생후 3개 윌 된 것. 바닥에 갇혀있기 때문에 암캐 두 마리는 새끼를 배지도 못한다고 조합원들은 말했다.
이처럼 푸 대 접속에 멸종 직전의 중대한 고비를 맞은 진도 개는 35년 전 일인 동물학자「모리」교수(당시 경성제대 예 과 교수)가 발견, 학계에 보고함으로써「클로스·업」이 되어 이듬해인 38년 5월 3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게 됐다.

<본산지 진도에 보신탕 집>
진돗개의 털 색은 2종류 흰색과 누런 색. 키는 수컷이 43∼59cm, 암컷은 40∼53cm. 머리는 8각형. 귀는 삼각으로 앞으로 수그러져 있다. 이마가 넓어 뇌가 아주 발달했고, 둥이 곧고 허리가 강하며, 사지가 발달하여 민첩하다.
수염은 10개 내외. 더 많으면 둔하다는 것. 꼬리는 왼쪽으로 돌돌 말아 위로 치켜 있어 사납고, 꼬리가 긴 것은 열 종에 속한다고 한다. 번식은 1년에 두 번. 한번에 3∼8마리 가량 낳고 수태 기간은 60∼63일. 진돗개의 유래 등에 대해서는 진도 노인들의 입으로 전해온 몇몇 실이 있을 뿐 전문적인 연구는 미개척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국제 견 협회에 등록도 안되어 있는 실정인데다가 진돗개의 생태와 생리학적인 연구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 국제 견 협회는 개고기를 먹는 나라에는 개를 절대로 주지 않고 있다. 그러한데도 진도 개의 본산지 진도 읍 한복판에 자리한 그곳의 보신탕 집 음식상에는 김이 무럭무럭 나는 개고기가 멍멍 탕 애호가의 군침을 돋우고 있다.

<혈통고정·학술연구 절 실>
이 개가「진짜 진돗개」라는 학술적인 체계의 확립과 함께 진짜 진도 개의 혈통 고정 작업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현지는 물론 각 계에서 빗발치듯하고 있다. 그러나 진돗개의 보호육성을 담당하는 문공부나 농림부는 물론이고 현지 도나 군 당국과 보육조합에서 조차 거의 손을 안 쓰고 있는 실정.
4백「마일」에 이르는 섬 주위엔 배가 닿는 선착장이 50여 곳에 이르고 있으나 외부 개가 들어오고 혈통 좋은 진도 개가 몰래 나가는 것을 감시하는 감시원은 8명뿐. 보육조합 창설 후 해마다 1천만 원의 예산을 낭비했으나 대부분이 인건비 명목으로 쓰여졌다고 개들에 많이 유행하는「디스텐퍼」「콘크리트」(홍역)와「헤퍼타이슨」(간염)올 예방하기 위한「D·H·백신」접종·기생충 구제사업·광견병 주사 등은 제때에 제대로 되지 않아 연평균 폐 사하는 개가 2천 9백 마리에 이르고 있다.

<도시애호가 보육 바람직>
죽은 뱃속에서 회충이 쏟아져 나오고, 숱하게 죽는 개의 전염병 체를 알려해도 위생 시험소도 없고, 전속 수의사도 없다고·보육조합장 강대봉씨는 말했다.
섬 안에 개 훈련사가 한 명도 없다. 때문에 영리한 개가 모두 말을 잘 못 알아듣는 개로, 구실을 못하고 있다.
혈통고정과 섬의 감시망 강화, 잡종 개 도태 등이 시급하다는 것은 말뿐, 혈통 증 발부 업무조차 오는 8월께 부 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진짜 진도 개의 혈통을 받을 진돗개는 진도에서가 아니고 도시에서 찾을 수 있으며 혈통을 보존하고 고정하는 작업도 일본등 선진국처럼 도시의 진도 개 애호가들에게 맡겨 해야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진도 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독일에서는 순종「셰퍼드」를 빼내는데 50년이 걸렸다 한다. 자칫하면 멸종할 우려 마저 있는 진도 개의 혈통 보존과 육성업무를 지금까지 망치게 만 한 보육조합에 일임할 것이 아니고 획기적인 기구를 마련, 새로운 돌파구를 무색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글=이원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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