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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 혁명의 파문 일으킨 거래제도의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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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3일의 전격적인 재무부발표에 의해 2개월 후인 8월5일부터 실시케 된 증권거래제도개혁이 증권가에 혁명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져 증권시장에 계속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 5월에 시작된 증금주투기책동전이 지난 4윌 1차 적인 마무리를 짓기까지 거의 1년에 걸쳐 진행되는 동안 과잉투기를 초래한 보통거래제도의 결함이 뚜렷이 드러났고 따라서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돼 왔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대답이 이번 조치로 나타난 셈이다.
조치의 골자는 보통거래의 수도결제를 5일 안에 실물(증권)결제케 함으로써 보통거래를 실물거래화하여 증권시장에서 투기거래의 소지를 완전히 불식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또한 증권금융자금 조달원을 확대하기위해 증권금융회사가 취급하는 신용거래업무인 대차거래 이외에 자본이 충실하고 공신력이 높은 전권회사도 일반고객에게 보통거래결제에 필요한 주식과 자금을 60일기간으로 대여할 수 있는 신용거래제도를 허용했다. 그러나 재무부는 신용거래를 할 수 있는 증권회사의 자격을 자본금 1억원 이상으로 제한했는데 현재 29개 증권회사 중 이 조건이 충족된 회사는 3개(한신·한보·동양) 밖에 없어 상당수의 증권회사가 자연 도태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보통거래제도를 실시해 나가자면 증권회사가 신용거래를 하지 않을 수 없고 신용거래실시가 불가능한 회사는 보통거래대열에서, 따라서 증권가에서 탈락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종전의 투기적인 보통거래를 제약하는 결정적 조치의 하나로 꼽히는 것은 자금수수의 철폐이다.
지난번의 증금주책동전이 차금전으로 특징지어졌고 1단계 싸움이 끝나던 4월8일 손절환매로 하룻저녁에 매방이 수억원의 자금을 따먹은 사실로 미루어 자금취득은 투기전의 꽃이었다.
이 같은 새로운 조치와 함께 재무부는 6월3일 이전에 매매계약이 이루어진 기존 건옥에 대해서는 8월2일까지 종전의 방법에 의한 결제를 허용, 정리매매를 촉진하며 6월4일부터 8월2일 사이에 취결 되는 신규매매는 익일결제만 허용키로 했다.
이 같은 조치가 발표되자 증권업자와 투자고용은 모두 당황, 4일 하오 긴급 소집된 업자총회는 4개월간의 실시연기를 재무부에 건의키로 결의했다.
이들의 주장은 보통거래의 이연 기간이 60일이기 때문에 6월3일에 취결된 거래에 대해 8월2일까지의 법정허용기간을 주는 것은 당연하며 새로운 제도를 맞기 위한 준비기간으로서의 경과기간은 현행제도에 의한 거래가 끝나는 8월부터 2개월 정도로 허용돼야한다는 것. 7일 하오에 열린 재무부·증권업자·투자고객 3자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가 투자고객에 의해 강력히 제기됐다. 그러나 증권업자와 투자자의 반발은 크게 보아 두 가지 동기에서 나오고 있다.
첫째는 증권업자 일반에 관한 문제로 투기요소가 배제된 새 제도로 인해 앞으로 그들의 특기인 투기술을 발휘할 소지가 없어졌다는 것과 신용거래실시를 위한 자본금 한도 1억원이 가혹하다는 것이며 둘째는 증금주투기를 주도해온 매방계 증권업자 및 매방 투자자들이 비싼 값으로 사놓은 증금주 가격폭락과 관련해서 반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업계의 소용돌이 속에서 조치가 발표된 3일 하오 증금주는 전보다 1백10원이 내린 1천4백46원의 하종가(하룻동안에 주가가 내릴 수 있는 최저수준)를 그동안 서서히 상승세를 보여온 한 증권도 50원이 떨어진 3백16원의 가격을 형성한 이래 지금까지 1백개 종목에 달하는 모든 증권과 국공채가 거래부성 상태를 계속하고 있다.
치열한 투기극의 대상이 돼온 증금주는 이제 새로운 조치가 수정 없이 시행되는 한 설 땅을 잃었고 앞으로 주가는 실제 자산가액 수준까지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유력해졌지만 40만주 이상의 건옥을 가진 매방 계열이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피하기 위해 교묘한 반격작전을 펴고있어 결과는 전혀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당면한 이해관계에 얽힌 업자들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는 여건을 훨씬 앞지른 선도적인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이 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첫째 충분한 자금의 공급이 뒤따라야하며 둘째 기업의 주식공개촉진으로 자산주가 풍부하게 상장돼야하고 셋째 금리수준을 상회하는 주식배당이 보장돼야할 것이라는데 증권계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와 함께 부실운영을 하고있는 증권거래소의 자산을 보완해주기로 결정, 8일 거래소로 하여금 구체적인 방안과 절차를 마련하여 보고토록 지시했다. 증권거래소는 수권자본 30억원, 불입자본 26억5천만원으로 돼있으나 지난 62년의 증권파동으로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상실했기 때문에 실제 자산은 16억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거래소의 자본금한도를 올리지 않는 한 정부가 거래소에 증자를 해줄 수 없기 때문에 거래소자산을 현실에 맞도록 재평가, 감자 조치한 후 증자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거래소출자증권의 정부소유지분은 47%에 불과하고 감자를 하는 경우 민간출자자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어 감자에 따르는 손실을 모두 정부에 귀속시키는 방법도 모색되고 있어 금후의 귀추가 주목을 끈다.<박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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