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 이슬이-박희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가뭄이 심해서
한 방울 이슬이
지상의 무엇보다
귀하디 귀한 곳이
있는걸 아는가.
일년에 서너 달은
초목도 늘어지고
바닥이 드러난
냇가엔 고기들이
말라서 시드는 곳.
하늘의 자비라곤
새벽에 연잎마다
고이는 이슬방울
그밖엔 없는 곳도
지상엔 있느니.
소금이 말라붙은
새까만 얼굴얼굴
가죽과 뼈만 남은
손길도 조심조심
이슬을 거둬간다.
정성껏 기도하듯
연잎의 이슬방울
영롱한 이슬방울
연잎의 그릇 속에
모아서 들고 간다.
그처럼 귀한 것이
세상에 있을라구
어떠한 금강석이
그보다 귀할라구
그보다 귀할라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