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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의 71년(4)|신민당의 문제-두 교수의 토론 5·25를 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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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5·25」총선을 통해 야당은 어느 때보다도 크나큰 격려를 국민들로부터 받았다. 신민당은 이제 47·64%에 달하는 국민의지지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냉엄히 판별해야 할 싯점에 섰다.
신민당은 원내의석 89석이 스스로와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유권자들의 집권당에 대한 견제심리로 반사적으로 얻어진 점을 철저히, 올바르게 인식해야할 것이다.
「5·25」는 신민당을 위해 「책임있는 야당」으로 발돋움하는 전기가 되어야한다.
당내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켜야하고 야당의 「이미지」를 좀 더 젊고 생동하는 모습으로 체질을 개선해야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점이 두 차례의 선전를 통해 국민들이 야당에 제시한 요망이었기 때문이다.
당내경쟁을 통해 기수를 부각시키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심판이 나면 모두 거기에 좇는 전통을 확립한 것이나 젊고 참신한 얼굴을 내세운 일은 분명히 국민의 동조를 얻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신민당은 진산 파동과 같은 큰 상처를 입고도 47·64%의 지지를 획득한 것이라 분석되는 것이다.
지적으로나 세대적으로 계속 젊어지는 일은 비단 국민에 대한 「이미지」를 바꾼다는 점에서 뿐 아니라 신민당이 책임정당으로 발전키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야당이 행한 세대교체는 사실은 충분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자기 역할과 능력을 초시간적으로 생각하는 오류는 없어야한다. 자유당·민주당·공화당시대를 거쳐 모두 90세 넘어까지 의석에 연연하다가 거의 강제로 밀려났다는 사실을 귀감으로 삼아야 된다.
민주대도에 있어 자기 희생적인 면이 없으면 야당이 살지 못하고 민주발전도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 충용 기반을 대담하게 넓혀 나가야할 것이다.
「5·25」선거를 통해 신민당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민 속에 발을 디딜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게 됐다. 그것을 구체적인 힘으로 연결, 발전시켜 나가자면 야당의 지원세력 형성에도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 과업은 새 얼굴을 갖추고 충용 기반을 넓히는 문제와 함께 매우 중요할 것이다.
야당이 그 동안 수권태세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어느 의미에서 타당한 말이다. 「5·25」라는 전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얘기를 다시 듣는다면 그것은 1차적으로 신민당의 책임이다(지금까지는 여야관계로 미루어 그 책임이 1차적으로 여당에 있었다고 할수도 있다.)
다음에는 야당이 리지티머시 (정당성)뿐만 아니라 이피션시 (유효성)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공화당이 한쪽에 치우친 것과 마찬가지로 신민당도 한쪽에 치우쳐 「개발의 시대」에 뒤져 있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이 사실이다. 일단 평가할 것을 평가하고 다른 측면에서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정치 자원의 문제가 몇 차례 언급됐지만 야당은 이제 이 문제에 대해서도 액티브한 노력이 있어야할 것이다. 정치에서 「힘」이 커지면 「뒷받침」은 웬만큼 따르게 마련이니까 거기에 맞추어 자기 노력도 있어야 한다.
그 노력의 한가지 가운데 암거래의 지양을 들을 수 없을까. 이른바 「진산 작풍」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내려진 이상 암거래란 인상을 주는 정치자원의 배분은 정치풍토 개선을 위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내 투쟁문제에 들어가면 문제가 퍽 어렵다. 민중정당에는 내부투쟁이 있게 마련이다. 없으면 오히려 비 정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 투쟁을 흔히 「추잡한 싸움」처럼 보는 경향이 있는데-(이는 언론에 큰 책임이 있을 것 같다) 이것은 권위주의적 착오다. 신민당은 민중적 당내 투쟁에 소극적일 필요가 없을 줄 안다.
신민당이 집권을 향한 책임있는 정당으로 국민의 여망에 부응키 위해서는 그 동안 마무리 짓지 못한 당내 문제의 수습 정비, 불투명했던 「이미지」를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일등 당장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많다.
당 기능과 결속에 치명상을 주었던 진산 파동의 불씨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도 문제가 되겠지만 「5·25」를 통해 국민들이 내린 경고의 뜻을 되새겨 본다면 해결의 실마리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은 분명히 「새 얼굴」을 원하고 있으며 구태의연한 정치작풍에 대해서도 염증을 느끼고 있다.
야당을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도 고무적인 상황. 당권 장악이란 75년에 집권에의 문턱으로 한 발짝 다가서는 것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권을 향한 싸움이 전례 없이 가열되리라고 어렵지 않다.
다만 누가 당권을 쥐게되건 국민에게 실망을 주지 않도록 「페어」한 바탕에서 경쟁을 하면 된다. 1인지도체제가 되느냐, 집단지도체제가 되느냐는 것은 큰 중요성을 띠지 못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을 결정하는 과정이 민주적인 방식과 절차에 의한 것이냐의 여부에 달린 것이다.
정계전반에 걸친 개편이 75년에 이르는 도정에서 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런 경우의 분파 작용이라면 몰라도 당권경쟁에서의 패배만이 이유가 되어 분당을 하는 일은 자멸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산업자본주의의 기본바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서 야당을 건전하게 운용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주어진 여건이 어렵다해도 신민당은 민주정당으로서, 국정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정당으로서 새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 그것만이 「5·25」의 교훈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차례>
①정치사적 의미
②새로운 여야관계
③공화당의 문제
④신민당의 문제
⑤8대 국회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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