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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몬도·카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야코페티」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몬드·카네』를 본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아프리카」의 오지 어디에선가 있었던 일이다. 일단의 범인들은 소년들을 납치해 간다. 그리고는 그들을 불구자로 만든다. 이들의 「새디즘」은 의외의 잔혹한 목적이 있었다. 그들 불구소년들에게 구걸을 시키는 것이다. 범인들은 자신의 생활수단으로 소년들을 불구자로 만들어 부려먹는다.
형편은 다르지만, 한국판 『몬도·카네』를 연상시킨다. 서해 어느 낙도의 주민들이 육지에서 소년들을 유괴해 갔다. 그들은 이 소년들을 노동력으로 혹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황도는 대천해수욕장에서 경찰경비정으로 5시간이나 걸리는 고도이다. 7세대에 불과 43명이 살고 있다. 이 섬의 주업은 김(해태)과 미역채취이다. 그러나 이들은 밭에서 양식도 거두어 들여야 한다. 비록 하잘 것 없는 세대들이지만, 일손이 모자랐던 모양이다. 도회지를 배회하는 소년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아직 그 규모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며칠 전에 탈출한 소년들의 증언으로는 적지 않을 것 같다. 이 소년들의 생활이 말이 아닐 것은 너무도 뻔한 일이다.
새벽 3시면 기상이다. 쇠죽을 끓여 놓으면, 그 다음엔 바닷 일에 쫓겨간다. 미역을 따고 김을 거두고, 한시도 숨을 돌릴 겨를이 없었다. 손톱이 빠질 지경이라면 그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손마디는 나병환자의 그것처럼 울퉁불퉁 일그러져 있고, 발바닥은 콘크리트와 같았다고 한다.
이 대명천지 밝은 세상에 그런 무법천하가 있다는 사실은 새삼 충격적이다. 『메뚜기 이마빼기 만한 나라』라더니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 흔해빠진 정치의, 그 값싼 관심의 그림자도 닿지 않은 것이 우리의 어디엔 가는 아직도 남아있으니 말이다.
이 「무법낙도」는 바로 우리나라 변방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농촌이나 어촌의 청소년들은 왜 고향을 버리고 도회지로만 꾸역꾸역 모여드는가. 왜 집을 뛰쳐나와 배회하는가. 그 문제의 유괴소년들도 가출을 했던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 뿐인가. 황폐한 들, 황폐한 바다는 더욱 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럴수록 청소년들은 고향을 등지고 어디로든지 떠나고 싶어한다. 일손엔 생각이 없고 도시의 술렁거림에만 마음이 쏠려있다.
탄식과 개탄만으로는 아무런 해답도 찾을 수 없다. 고도의 어디선가는 또 이런 경악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회관심의 평균화, 생활수단의 평균화 없이는 낙도의 그 어두움도 걷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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