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정치적글은 개인 활동" … 야 "셀프조사 못 믿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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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민주당 대표(왼쪽)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전병헌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전 원내대표는 이날 군 사이버사령부 선거 개입 수사에 대해 “이런 상태로 가면 국민이 납득 못한다”며 “객관적·중립적 수사가 1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수 기자]

지난해 대선 기간 중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온라인에 야당 후보 비방글을 올린 것과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헌병)가 요원들의 개인적 활동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사이버사령부 요원 4명이 개인 블로그나 트위터에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올리고 퍼나르기(리트윗)를 한 건 맞지만 지휘관 등 상부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닌 쪽으로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다.

 국방부 당국자는 21일 “일주일 동안 조사 결과 해당 요원들이 정치적 행동을 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행위가 일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하지만 군의 조직적인 활동이었다는 야당 측의 주장과 달리 요원들 개인적 차원의 활동이었다는 쪽으로 김관진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선 당시 정치적 중립을 수차례 강조해 왔던 국방부는 일부 요원이 정치적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지금까지 진행해 왔던 진상조사와는 별개로 이 문제에 대한 군 검찰의 수사에 착수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진상조사는 강제성이 없어 (진실 규명에) 한계가 있다”며 “22일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필요하다면 압수수색 등 강제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수사로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방부 당국자는 “김 장관도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필요할 경우 수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조사 대상자들의 자발적인 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진상조사 결과만으론 ‘비밀부대의 조직적인 대선 개입’ 의혹을 잠재울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민주당은 국방부의 ‘셀프 조사’는 믿을 수 없다며 압박을 강화해 왔다. 이날도 배재정 대변인은 “국기를 문란하게 한 (조직적) 행동이었다는 증거가 곳곳에 있는데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로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활동이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의 댓글 작업과 연관 있는 ‘조직적’인 것으로 보고 이를 입증하는 데 당력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 인물로 기소된 군 출신의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이 사이버사령부 활동에도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 온 진성준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군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댓글과 아이디 등을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방부 중간조사 결과를 봐 가며 확보한 자료를 단계적으로 공개할지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계속 가림막 수사가 진행된다면 정치권에서 별도 조처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제2의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키우려는 민주당은 벌써 국정조사나 특검 카드를 거론하고 있다.

글=정용수·이소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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