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최우선 개혁 대상은 공무원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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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내년에 쏟아부어야 할 혈세가 4조원을 넘어선다. 고령화로 인한 퇴직자 급증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앞으로 재정자금 투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4조원이 어느 정도이냐 하면, 박근혜정부가 그렇게 난리를 치며 대선공약인 기초연금을 손질해 아낀 금액과 버금가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까지 기초연금과 연계되는 바람에 불신에 휩싸이는 후폭풍을 맞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얼마 전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현재 9%인 연금보험료를 13~14% 수준까지 순차적으로 올리는 국민연금법 개정까지 주문했다.

 홍역을 앓는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은 여전히 무풍지대다.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연금수입/현재 임금수입)은 국민연금의 51%보다 훨씬 높은 70%에 달한다. 확실한 정년 보장과 함께 연금까지 쌍둥이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군인연금은 그나마 지난 7월부터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은 현행 수준으로 받는 쪽으로 소폭 개정됐다. 연간 2000억원의 재정부담을 줄이는 성의를 보인 것이다. 반면에 공무원연금은 2009년에 고치는 시늉만 내는 것으로 그쳤다. 정부는 공무원 노조의 반발을 핑계로 일러야 2015년에야 공무원연금을 다시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에 비해 ‘같이 내고 더 받는’ 기형적인 구조로 설계됐다. 이런 ‘비정상의 정상화’가 박근혜정부의 약속 아닌가. 사회 정의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도 공무원연금은 최우선 개혁 대상이다. 일본은 27년 전부터 연금개혁에 착수해 드디어 2015년에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시킨다. 우리도 공무원연금의 보험료 인상과 연금액 인하, 지급 개시 연령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하루빨리 근본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의 통합도 고민해야 한다. 이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에 대한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공무원연금의 수술을 공무원 손에 맡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 정치권 주도로 민간 전문가 위주의 중립적 기구를 통해 개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