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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공간 교역과 한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른바 「핑퐁」외교를 계기로 조성된 미·중공 관계의 신국면은 실상 일반이 예상하던 이상의 빠른 「템포」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이 대규모의 방중 의원단을 구성해서 파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나, 또 경우에 따라서는 양국의 수뇌급 인사들 사이에 상호 교환 방문이 실현될지도 모른다는 등 정치·외교 면에 있어서의 부산한 움직임은 아직은 일종의 「애드벌룬」단계에 그칠 공산이 큰 것이지만, 그 반면, 표면상으로는 별로 돋보이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면에서 미·중공 사이에 차차 구체화 해가고 있는 경제·교역 면의 물결을 우리는 더욱 날카롭게 주시해야 할 것으로 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무엇보다도 최근 세계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한 예민한 반응이 이를 반전한다고 하겠는데, 미국의 대 중공 무역 규제의 완화 방침으로 중공의 대미국 수출 가능 품목인 금속류의 국제 시세가 떨어지는 반면, 곡물·원면 등 중공의 수입 예상 품목은 시세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의 대 공산권 무역 규제는 69년의 수출 규제법 수정 이후, 특히 동구 나파 제국에 대해 현저히 완화되어 왔으나 아직도 계속해서 교역 대상국을 개별적으로 다루어 그 제한의 폭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현실적인 관심은 앞으로 가까운 장래에 미국이 과연 어느 정도의 선으로 중공과의 무역을 증대시킬 것이냐는 점에 집중되지 않을 수 없다 하겠으며, 교역의 방법상 우선은 연불·신용 수출 방식은 회피하면서도 거의 아무 제한 없이 비 전략적 물자를 수출할 수 있는 대 동독·대소의 교역 방식이 모색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짐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 중공 무역 제한이 완전히 철폐된다는 전제에서 미·소와 미·중공간의 교역 여건을 비교해 볼 때에는 미·중공 상호간의 시장성이 미·소간의 교역을 통한 것 보다 더 높다고 봐야하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는 현재 미국이 소련에 대해 긋고 있는 선을 훨씬 넘어서게 되리라는 예측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이와 같은 양국간의 장·단기 무역 전망이 실제로 어떻게 드러나든 우리 나라로서는 이를 먼 장래의 문제로 미룰 일이 아니라, 미구한 장래에 구체화할 상황으로 상정하여 그러한 변화의 신국면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태세를 미리 갖추어 놔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닉슨」대통령이 최근에 밝힌 바와 같이 가령 미국 소유의 외국적 선박이 중공 왕래를 허가 받아 우리 나라에 기항하게 될 경우라든지 또는 중공을 출입하는 선박·항공기에 대해 연료의 제공을 금지했던 종래의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 등에 대해 일련의 대책이 있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적성 국가와는 직접적인 상품 교역은 물론, 그곳을 원산지로 하는 모든 제품의 중개까지도 일절 금기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무역 체제는 미구에 미국인의 자유로운 중공 출입국이 실현될 경우, 당장 우리에게 직선적인 충격을 줄 요인을 안고 있다고 보아야 하겠기 때문이다. 또 우리의 대외 무역상 이보다도 더욱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리가 특별한 경계를 요하는 문제는 해마다 미국의 막대한 농산물 원조를 받고 또 사들이고 있는 우리 나라로서 원면을 포함하는 미국의 농산물 시장에 어떤 구조물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나 하는 점이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장기적으로는 우리로서도 세계 수출 시장의 변동 요인에 대한 평가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비록 중공의 「달러」 보유고가 지금은 최저 2억「달러」, 최고 5억「달러」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것은 미국의 대 중공 수입의 진전 여하에 좌우될 수 있으므로 양국 교역 규모의 과소 전망은 금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섬유류 등의 대미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수출 구조로 보아 중공산 직물류가 대거 진출할 경우 우리는 일본과의 경쟁과 함께 한층 치열한 삼파전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등 수출 시장 조건의 악화에 신축성 있는 대응책도 긴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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