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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선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인상에 남는 두 선생이 있다. 「아멜」선생과 「칩스」선생. 모두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아멜」은 불란서작가 「알퐁스·도테」의 콩트인 『마지막 수업』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프러시아군이 프랑스로 진주할 때의 이야기다.
「프란츠」는 그날 지각을 했다. 다른 날 같으면 아이들이 책상뚜껑 여닫는 소리, 학과를 외는 소리, 선생님이 『좀 조용해!』하며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가 학교바깥까지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은 이상하게 고요했다. 프란츠는 숨을 죽이고 교실에 들어갔다. 「아멜」선생은 뜻밖에도 노하지 않고 부드럽게 맞아 주었다. 이제 마지막 수업을 시작하려는 순간이었다.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시간은 이것으로 끝이 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독일어를 누구나 배우지 않으면 안되었다. 「아멜」선생은 말한다. 『한 국민이 노예로 전락해도 자기 나라 말만 잘 간직하고 있으면 그것은 자신이 갇힌 감옥의 열쇠를 자신이 쥐고 있는 것과 같다.』
종이 울렸다. 수업은 끝난 것이다. 「아멜」선생은 『여러분, 나는, 나는…나는…』하고 말했다. 그는 목이 메어 있었다. 분필 한 토막을 집더니 칠판에 이렇게 썼다. 크게, 크게-. 『프랑스 만세!』라고. 콩트는 이렇게 끝이 난다. 「아멜」은 40년 근속의 노교사였다.
「칩스」선생은 영국태생작가 「제임즈·힐튼」의 소설 『굿바이 칩스 선생』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라틴어와 그리스어 선생이었다. 그는 늘 일류학교 교장이 되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 그럭저럭 65세가 되었다. 그는 금일봉과 괘종시계 하나를 선물로 받고 교단에서 물러서게 되었다. 어느새 정년퇴직을 하게 된 것이다.
노구에 학교 앞에서 하숙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한때 그의 제자였던 생도들은 순번으로 그 선생의 집을 찾아 차를 대접했다. 선생은 그때마다 지나간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기억들을 되새길 수 있었다. 어느 날 「칩스」선생은 꿈을 꾼다. 수 천명의 아이들이 대합창을 하는 장면이다.
가슴이 벅찼다. 그럴 수 없이 감격적이었다. 그러나 「칩스」선생은 이런 꿈을 꾸며 영영 잠이 들고 말았다.
여기 두 선생은 모두 불행하고 우울해 보인다. 명성도, 권세도, 영화도 없는 생애였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생애 속에서 숙연하고 따뜻한 인간의 정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신뢰감일 수도 있고 고귀한 인생관이랄 수도 있다. 국가에 대한 책임감, 인간에 대한 신뢰감, 그리고 꿈속에서나 느끼는 그 은밀한 보람. 오늘날 우리주변엔 이런 선생님이 몇 분이 계실까. 「스승의 날」에 생각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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