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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 총회 앞으로 10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5·25 총선을 열흘 밖에 남기지 않은 지금 선거전은 중반전에 돌입했으나 유권자의 관심은 너무도 냉담하여 합동연설회에도 청중이 모이지 않아 취소된 곳조차 있다 한다.
이러한 저조한 분위기 때문에 선관위에서는 벌써부터 투표율이 극히 낮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4·27 대통령 선거의 열기에 비해 국회의원 선거 분위기가 냉각되고 있는 이유는 쟁점이 뚜렷하지 못하고 공약조차도 4·27 선거의 재탕이거나 협소한 지역적 공약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한편에 있어서는 4·27 선거 때의 흥분과 열망이 허무하게 끝난데다 전국구 공천을 둘러싼 신민당의 자중지란 때문에 국민들이 정치적 허탈감 속에 헤매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민당의 자중지란은 5백40만 신민당 지지자에게는 실망을 안겨주었을 것이요, 6백30만 공화당 지지자에게는 안도의 기분과 선견지명을 자랑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민당의 적전 내란은 이제 일단락 되어 도리어 당의 근대화가 촉진된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지나친 정치적 실망은 금물이라고 하겠다.
새로운 진용을 가다듬은 신민당 지도층은 이제 선거후의 당권 경쟁에 대비한 활동만을 벌이지 말고 대통령 선거에서와 같은 협동심을 발휘하여 좀더 적극적으로 선거 지원 유세를 벌여주어야 할 것이다. 신민당의 적전 내란은 일시적으로 젊은 지지 층을 크게 실망시켰을 것이나 그들 스스로가 빠른 수습의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그래도 건전 야당의 면모를 잘 나타내 주었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신민당의 젊은 기수들에게 정책 정당·조직 정당으로서의 선명한 이미지를 다시금 살려 줄 것을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 분위기의 침체 현상은 신민당의 쟁점 부각의 실패에도 원인이 있거니와 공화당의 계산된 과열 회피 작전에도 힘입은바 크다고 할 것이다. 공화당은 조직표와 고정표를 통하여 승산이 있기 때문에 사랑방 좌담 등의 형식을 빈 저변 확대 운동에만 전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화당이 이러한 전략을 택한 것은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분석한 결과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3분의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번과 같은 무리를 하지 않고서도 1백 석 정도의 지역구 후보자의 당선이 무난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실지로도 지역구 선거 운동의 중반전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우열구가 이미 드러나고 있어 공화당이 지역구를 1백 석 이상 차지하여 3분의2 이상의 개헌 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일각에서도 공화당이 이처럼 1백35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4·19 이후의 민주당과 같이 분열할 위험성이 예기되고 있고, 또 6·8선거 이후와 같은 선거 후유증이 심각하게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시하는 측도 있다고 들린다.
이것은 여당으로서는 당연한 반성으로서 민주 정치에 있어서는 어떤 정당이거나 원내 의석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국회의원 선거법 제1백25조도 전국구 의석을 제1당에 배분할 때 3분의2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75년을 향한 순탄한 후계자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또 야당을 육성하기 위해서도 국민은 여당에 3분의2 이상의 의석을 허용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국민으로서는 여당에 안정 세력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이에 필요한 의석 수를 부여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야당에도 중요 안건의 심의에 있어 충분한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어도 3분의1 이상의 견제 의석을 확보하도록 현명한 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다. 목첩에 박두한 총선에 있어 국민은 여야의 정치 작풍에 너무 실망하거나 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말고 민주 정치의 발전을 위하여 인물 본위 아닌 정당 본위로 선거를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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