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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주민 굶주리는데 사치 누리는 북한 지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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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달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시간을 보냈던 미국 농구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그의 호화생활을 영국 신문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소개했다. 로드먼은 평양에 머문 7일간 일정의 대부분을 “김정은의 개인 섬에서 보냈다”면서 그 섬이 “김정은 혼자서 쓰는 하와이 또는 이비자섬(스페인의 휴양지)과 같았다”고 묘사했다.

 로드먼은 하루 종일 김정은과 술 마시며 웃고 지냈다면서 “테킬라(멕시코 술)를 달라고 해도 최고급을 주더라. 원하는 건 무엇이든 최고급으로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드먼은 “그 섬의 모든 것이 7성급 호텔 수준으로 먼지 한 점, 긁힌 자국 한 곳 없었다”면서 “60m 길이의 (호화) 요트도 타보았다”고 전했다. 그는 “랩 가수 P 디디는 김정은에 비하면 훨씬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서양인으로 유일하게 김정은의 사생활을 깊숙이 접했던 로드먼이 전하는 내용은 거의 사실일 것이다. 따라서 매우 충격적이다. 스물아홉 살의 젊은 독재자가 전 세계 누구보다 호화로운 사치를 누리고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수십 년 동안 주민들의 굶주림 때문에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왔다. 그런 나라 지도자가 국민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이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중세나 고대의 제왕, 그중에서도 폭군이나 했던 일이다. 오늘날 어느 나라의 지도자도 그렇게 살지 않는다. 김정은의 사치는 오늘날 세계에 마지막 남은 시대착오적 행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점 때문에 일각에선 그가 개혁적이고 헌신적인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시한 적이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한 지 2년이 다 된 지금껏 그 같은 조짐은 없다.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다. 로드먼은 김정은이 미국과 잘 지내길 원한다지만 고통 받는 주민을 외면한 채 사치에 빠져 있는 그가 과연 정말 그럴까 의구심이 든다. 국제사회는 북한 소수 특권층의 부패와 사치, 보통 주민들의 피폐한 삶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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