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광선으로 창문의 떨림 감지해 엿들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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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물론 기업 간의 정보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도청 기술 역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엔 녹음기나 도청용 마이크를 몰래 숨겨 놓았지만 이제는 레이저 광선으로 창문의 떨림을 감지해 엿듣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레이저 감시=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 레이저 광선을 창문에 쏴 반사된 신호를 분석, 도청하는 기법이다.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창문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게 돼 이 진동을 통해 대화 내용을 파악하게 된다. 현재 기술로는 450m 이상 거리에서도 도청이 가능하다. 방 안에 별도의 장치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무선 도청=도청기로 알아낸 내용을 무선으로 외부에 전달하는 방법이다. 일단 설치하면 회수할 필요가 없어 소형녹음기 같은 자체 저장방식보다 널리 쓰인다. 기술 발달로 무선 도청기의 고성능화, 소형화가 급속히 이뤄졌다. 웬만하면 동전 크기보다 작으며 눈에 안 띄는 문·창·벽 등에 부착한다. 또 조명용 스위치 내부에 숨겨 두거나 펜·계산기·시계 등 사무실에서 흔히 쓰이는 형태로 위장하기도 한다. 수신거리는 300m에서 1㎞까지 다양하다.

 탐지 장비가 도청 장치의 무선 주파수를 검색하도록 만들어 짐에 따라 이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기법도 개발됐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미끼 도청기’ 수법. 일부러 찾기 쉬운 곳에 둔 미끼 장치와 교묘하게 숨긴 진짜 고성능 무선 도청기를 한꺼번에 설치함으로써 상대방을 속이는 방법이다. 미끼 장비를 찾아내 도청기 탐지에 성공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선 도청기 주파수를 TV 공중파와 거의 똑같게 만드는 수법도 있다. 도청 신호를 탐지하더라도 공중파 TV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와 함께 3~4시간의 대화를 압축해 저장했다 순식간에 무선으로 송신하는 기법, 주파수 대역을 수시로 바꿔 탐지를 피하는 테크닉 등도 사용되고 있다.

 ◆유선 도청=전화기 속이나 전화선, 단자함 등에 도청기를 연결해 통화 내용을 엿듣는 방식이다. 외부에서 장비를 설치할 수 있으며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도청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 전화기를 도청기로 탈바꿈하는 기법도 나왔다. 먼저 도청을 하려는 곳에 전화를 건다. 그러곤 자연스레 이야기를 하거나 잘못 걸렸다고 한 뒤 전화를 끊게 한다. 이때 상대방이 전화기를 내려놓아도 통화는 끊기지 않게 하는 ‘인피니티’라는 장치가 있다. 이를 작동시키면 순식간에 전화기가 도청기로 바뀌는 것이다.

 ◆전자파 감시=모니터에서 방출되는 전자파(電磁波)를 이용, 컴퓨터 화면에 뜨는 내용을 고스란히 알아낼 수도 있다. 컴퓨터 모니터가 표시 내용에 따라 일정한 전자파를 방출한다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지향성 안테나로 모니터의 전자파를 잡아낸 뒤 이를 변환시키면 거의 모든 내용을 원래대로 재현할 수 있다.

남정호 국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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