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을 단풍마저 위협하는 온난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단풍이 빠르게 남하하고 있다. 설악산은 ‘만산홍엽(滿山紅葉)’이란 말 그대로 산 전체가 붉게 물들었고, 지리산·한라산도 단풍이 시작됐다.

 이 아름다운 단풍도 기후 변화의 위협을 받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봄꽃이 점점 빨리 피는 것처럼 온난화가 계속되면 단풍도 늦게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단풍 색깔에도 변화가 생겨 지금처럼 고운 빛깔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단풍의 노란빛을 만드는 카로티노이드 색소는 여름에도 나뭇잎에 들어 있다. 가을이 깊어 가면서 초록색을 내는 엽록소가 파괴되면 숨어 있던 카로티노이드가 모습을 드러낸다.

 문제는 붉은 빛깔 단풍이다. 밤과 낮의 기온 차이가 커지면 나뭇잎이 에너지(당분)를 소비해 가면서 일부러 안토시아닌이란 붉은 색소를 만든다. 안토시아닌은 엽록소가 파괴된 뒤에도 유해한 태양 광선으로부터 잎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뿌리가 겨울을 나는 데 사용할 영양분을 축적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온난화 탓에 밤 기온이 덜 떨어져 일교차가 줄면 나뭇잎은 안토시아닌을 만들지 않고 단풍도 곱게 물들지 않게 된다. 온난화로 인한 병충해 확산이나 산림 수종의 변화도 단풍을 위협한다.

 올가을엔 단풍이 유난히 곱다. 아직 단풍이 우리 곁에 있을 때 맘껏 즐기는 것도 좋을 터다.

강원 영동에는 이번 일요일 비가 내리겠지만 다음 주말(26~27일)엔 맑겠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