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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공관계의 급 전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닉슨」미국 대통령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에서 재차 『언젠가 어떤 신분으로든지 중공을 방문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고, 앞으로 수주일 안에 대 중공교역에 관한 새로운 조처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중공수상 주은래는 지난 4월14일 중공을 방문한 미 탁구 팀 및 그 수행기자들을 위해 베푼 리셉션 망에서 미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비쳤는가하면, 최근 6개월간에 걸쳐 중공 각지를 방문한 미국의 친 중공 저널리스트 「에드거·스노」는 지난4월25일자 미국「라이프」지에 실린 미·중공관계의 기사에서 모택동이 「닉슨」대통령의 북평방문을 환영할 것이며 그와 더불어서 미·중공 관계를 타개하고 싶다는 의향을 시사했다고 말한바있다.
지난 4월초 이른바 「핑퐁」외교로 시작된 미·중공간의 상호 유연 반응은 한달도 채 못되는 사이에 일거에 정상급이 서로 방문 의사를 피령하는데 까지 비약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단절됐던 미·중공관계의 기성관념으로서는 그야말로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최근의 미·중공관계는 「코페르니크스」적 전환을 하고있다고 보겠다. 세계가 이에 대해 어리둥절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미·중공관계가 이토록 신국면을 맞이하게 된 원인이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해서 미국의 적극적인 대 중공 유연 자세와 중공의 대미 유연 자세의 필요성 등이 서로 얽혔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이 대 중공 정책에 있어 지난날의 군사적인 봉쇄, 외교적 당 정치적 고립화 경제봉쇄, 「유엔」 가입반대 등으로부터 전환하는 이유는 ①실질적으로 중국본토를 중공이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것 ②「유엔」에서 중공지지표가 늘고 있다는 것 ③모택동 사망 후의 포석으로서 현실적인 대 중공접촉의 실마리를 찾아 보자는데 있을 것이다.
그와 반면 중공이 대미 유연 자세를 취하는 이유로서는 ①소련과의 대결이 격화됨에 따라 중공은 전략면에서 미소 양 초대국이라는 두 적을 가지게 되는데 그것은 중공의 사활의 문제가 된다는 것 ②중공 외교의 당면 목표는 「유엔」에 가입하는 것으로서 금추 「유엔」총회의 중공문제 투표에 있어서는 미국이 중심적인 요소가 된다는 것을 간취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미·중공관계가 완화되어 극동에서의 긴장은 물론 세계 긴장이 완화되면 그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공의 대미 유연 자세의 목적이 진정한 긴장 완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현금 중공이 직면하고 있는 고경을 타개하기 위한 일시적인 전략이며 아시아에서의 미 세력을 추방하려는 것이 분명한 이상, 그것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해석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것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더욱 날카롭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미국이 대 중공접근을 서두르는 나머지「아시아」 자유국가에 대한 정책을 변모시킬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중공문제 전문가 「A·더크·바네드」교수의 소론을 빌리면 대 중공 유연 자세를 취하기 위해서는 일본·대만·한국 등 중공주변의 군사력을 삭감하고, 이중에서도 대만으로부터는 모든 미군병력을 철수할 것을 주장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미국의 대 중공 유연 정책이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예의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대 중공 유화정책을 서두르는 나머지 아시아 자유국가의 안전이나 기존 유대마저 손상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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