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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한국의 징검다리 홍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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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홍콩=이종호 특파원】홍콩은 우리 나라 수출 시장 가운데 미국·일본 그리고 월남에 다음 가는 큰 시장이다. 지난해의 대 홍콩 수출 실적은 3천8백54만불. 비록 규모 면에서는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가 안되고 월남의 절반 가량에 불과하지만 이 제4의 수출 시장은 앞으로 우리가 다른 어느 지역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진출을 꾀하지 않으면 안 될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수출 시장으로서의 홍콩은 여타 시장과는 판이하게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중계 무역의 비중이 큰 점이다. 홍콩에 유입되는 상품은 대부분 이곳 주민의 소비물자라기보다는 이곳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의 기호품이 아니면 홍콩의 수출용 원자재거나 재수출품이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공을 비롯한 세계 도처에서 들어 오는 연 24억불 이상의 수입 상품 중 20% 내의 (약 5억불) 가 재수출되며 이밖에 자가 생산품 17억불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상품도 물론 예외가 아니며 특히 최근에 와서 재수출품의 비중이 높아가고 있는 경향이다.
따라서 홍콩은 한국 수출 상품의 쇼윈도로서 그리고 우리가 직접 진출하기 어려운 동남아의 다른 시장 진출의 거점 또는 통로로써 그 중요성이 오히려 더 강조되고 있다.
둘째 홍콩은 농산물을 중공, 공산품은 주로 일본과 미국·영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나라는 농산물의 경우 지역적으로 이곳과 가까운 중공과 그리고 공산품은 일본·미국 등의 선진 제국과 경쟁해야할 입장에 있다. 이들과의 경쟁을 피하려면 경합되지 않는 상품을 골라야 하는데 그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직접 홍콩 시장을 상대로 하는 수출의 급속한 신장은 어려운 형편이며 무역중계지로서의 전시 효과 제고와 이를 통한 간접적인 수출 증대가 더 크게 기대 되고 있다.
세째 이곳에서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북괴 상품의 진출이다. 북괴의 대 홍콩 수출은 최근 3년간 연평균 3백만불 정도로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북괴는 주로 농·수산물 등의 식료품과 공업 제품으로 연간 1백만불 내외의 철강재를 수출하고 있으며 한편 홍콩으로부터는 각종 의약품·기계류·직물·시계 등 공업 제품을 수입해가고 있는데 그 규모는 연 40만불을 조금 넘는 정도로 대단치는 않다.
홍콩의 대 북괴 수출품은 70% 이상이 자가 생산품이 아닌 재수출품이다.
즉 북괴는 홍콩을 통해 자유 세계의 공업 제품을 조달해 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관계는 거꾸로 북괴의 대 홍콩 수출품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즉 수출품의 상당량이 홍콩을 경유,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홍콩은 북괴의 진출을 경계하면서 이를 저지시키기 위해서도 우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해야할 시장이 돼 가고 있다.
직접 교역 이외에도 제3국 진출의 통로로서 홍콩 시장이 갖는 중요한 의미를 고려하여 그렇잖아도 정부와 업계는 최근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 10월5일 개관, 운영중인 이곳의 「코리아·센터」는 그러한 관심을 실천에 옮긴 좋은 증거다.
무역 협회가 수출 진흥 특별 기금 2백70만불을 들여 마련한 이 20층 건물 안에는 현재 한국 총 영사관을 비롯, 교민회·한국인 교회 및 주말 학교·KOTRA의 무역관과 본국에서 파견된 무역 업체들의 지사·전시장 및 현지 교포 상사들이 들어 있으며 일부는 또 한국인 아파트로 사용되고 있어 「코리아·센터」는 정녕 홍콩의 코리아다운 인상을 풍기고 있다. 전시물은 주로 하부 층에 집결돼 있다.
즉 1층에는 고려인삼·롯데제과·기원산업·태양공사 (교포)·한국광학·보신 사진관·성하 산업·보석당·20세기 기업·한국 의약품 수출 협회 등의 전시 직매장이 있으며 그 중에는 제일 편물·대화 물산·유영 산업·박 「테일러」·신생 공업·동원상사·동북기업·화신산업·아주 기업 공사 (교포) 등의 전시장이, 3층에는 무공 전시관 5층에는 센터 관리 회사와 경방·천우사 등의 지사가 들어 있고 한식점 백궁 (서울 단성사 옆) 이 4월에, 개점할 예정이다.
그러나 「코리아·센터」는 현재 운영 면에서 몇 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조만간 전면적인 재검토를 가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그 위치가 홍콩의 신흥 번화가를 벗어난 구 시가이기 때문에 직매점 고객 출입이 한산하며 따라서 임대료가 다른 지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데도 본국상사들이 입주를 꺼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센터의 수지가 악화, 결손 운영이 예상되고 있으며 정부가 예산으로 「커버」하는 사태까지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센터 발족 뒤 처음 6개월간의 진출 상사들의 수출 계약고는 약 1백만불로서 이중 60만불 정도가 신용 상이 개설됐다고 하나 그나마 대부분 장외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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