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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한국인-동남아④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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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포르투칼인에 의해 일랴·포모사(Ilha Formosa=아름다운 섬)로 이름지어진 대만. 현재 이곳에 56명의 교포자녀들이 한국과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곳의 한교학교는 대북 기륭·고웅 등 세 군데. 기륭의 42평짜리 학교건물은 교포의 성금에 의해, 고웅의 1백40평짜리는 한국정부에 의해 마련됐으나 대북의 한교학교는 일제 시 대만총독부 경시부장 사택을 월2백 달러씩 불고 빌어쓰고 있다.
대만 한교학교의 시초는 1949년의 기륭 학교로 당시 교포들의 자각에 의해 수산회사 창고를 빌어쓰기 시작하여 52년 본국에 교사파견을 요청, 이기덕 선생(작고)부부가 부임하면서 본격화했다.
한편 고웅학교는 60년 고웅항의 개발로 교포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생겼고, 대북 학교는 62년6월 주중유학생을 현지 채용, 판잣집에서 문을 열었다.
국민학교과정의 이들 세 학교의 교육목표는 ①대한민국국민으로서의 자각과 긍지 ②자주생활능력 ③민주시민의 자질 등을 향상시키는 것. 그 실천방법으로 우리말과 글을 바르게 사용할 수 있게 하며 조국의 발전모습을 알려주는 것. 그러나 진학과 사회 적응문제 관계로 상급학년에 오를수록 중국어교육의 비중은 커진다. 교과과정을 보면 1,2학년은 본국과 같고 3,4학년은 매일 2시간, 주 11시간의 중국어를 가르치고 5,6학년에는 한국어가 주18시간 중국어는 21시간으로 배정된다.
그밖에 한교학교 졸업기인 2월부터 중국학교 개학기인 9월까지의 공백을 이용, 중학1년 교과에 필요한 중국어·지리·역사·영어 등을 가르치고있다.
학생수가 가장 많은 대북 학교의 경우(28명) 1,2학년을 초급반, 3,4학년을 중급반, 5,6학년을 상급반으로 나누어 한 교실에 10명 내외 씩 나누어 거의 개인교수의 형태를 취하며 졸업 후 6개월씩 더 가르치기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면 우수한 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한정된 학생 수 때문에 미국·일본인과 달리 자국 상급교에 진학할 수 없어 일부 교포는 애초부터 미국인학교 또는 중국인 학교에 보내기도 한다.
서울사대를 졸업, 서울 대광 고등학교에서 10여 년 간 영어교사를 지낸 다음 67년7윌 대북 한교학교 교장 겸 교사로 있는 백응진씨(38)는 이처럼 중국학교나 미국인학교에 취학시기는 교포에 대해 일종의 사치라고 경고했다. 그 이유는 중학교 입학이 무시험인데다 한교학교는 외국인 학교이므로 인류중학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며 교육비에도 아무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이러한 교포들은 한국인으로서 자녀에 대해 조국을 올바르게 알리지 않는 책임뿐 아니라 외국에서는 당연히 필요한 「한국교육」을 해치고 한민족으로서의 긍지를 잃게 하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대만은 가위『교육의 낙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68년부터 의무교육 제가 중학교까지 9년으로 연장, 국민학교 취학률이 98%이상으로 늘었고 대학과 대학원과정에서는 장학제도가 발달되었다. 특히 외국인에 대해서는 비교적 풍부한 장학금이 지급되어 학비면제는 물론 생활비까지 지급한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 제가 연장되긴 했어도 취학의 반 강제화 및 잡부금의 일소까지는 이루어지지 못한 형편이지만 대학의 경우 한 학기(6개월) 등록금이 국립 50 달러, 사립 최고 1백 달러정도에 그쳐 우리 나라의 절반도 안된다.
이런 관계로 2차 대전 이전 일본화물선 선원이었으며 현재 화물자동차운전사로 일하고 있는 이재희씨는 3명의 자녀를 모두 대학에 보내고 있다.
교민회 총무 간사직을 맡고있는 유학생 송재록씨는 대만정치대학 동아문제연구소(대학원과정)에서 중공문제를 연구하면서 한 달에 대만화폐로 1천2백원(한화 약9천6백원)의 장학금을 받고있다.
대만은 초·중등교육은 우리 나라와 별 다를 것이 없으나 대학생수는 우리 나라의 0.59%의 배에 해당하는 1.1%이며 국민학교교사의 1인당 담당 학생수가 43명, 중학교교사가 28명 정도로 비교적 훌륭한 교육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포의 교육문제는 이와 관계없이 몹시 심각한 형편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훌륭한 교육과정을 거쳤어도 대만정부가 공직(국영업체포함)에 채용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대학재학생들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으며 자라나는 새싹들도 특별한 기술교육을 받지 않는 한 어업·선원 등 현재의 가업을 이어받는 식으로 제자리걸음이 불가피한 심정이므로 교포들은 고등교육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이와 아울러 중학진학이후부터는 중국의 문화·역사·지리를 비롯, 국어자체가 바뀌기 때문에 가정에서 느끼는 한국적인 것과의 상충감으로 고민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기가 배운 대로 사회에 진출해서 뻗어가야 하겠는데 그것이 좀처럼 열리지 않아 전공선택에도 커다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대북=이종오 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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