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기 노린 북괴책동의 봉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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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4일 중앙 정보부는 지난 수년간 경북 포항·울산·경주 등지에 북괴 노동당 지하당을 조직, 각종 반미선전과 반정부 선동 등으로 민심교란을 꾀해오던 간첩 2명과 이들에게 포섭된 납북귀환어부 3명 등 일당5명을 검거하고 이들이 갖고 있던 공작금과 무기 및 다수의 불온문서 등을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또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인천에서는 지난 20일과 21일 납북9개월만에 적지에서 풀려 나와 자유조국의 몸에 안긴 32명의 귀환어부들의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우리는 이들의 입을 통해서 북괴가 선거기를 노려 얼마나 음흉한 공작으로 대남 책동에 혈안이 돼있는가를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어 다시 한번 국민의 경각심을 제고하지 않을 수 없다.
포항에서 검거된 2명의 간첩은 6·25당시 소위 의용군에 가담, 월북했다가 간첩교육을 받고 남파되어 지난 68년이래 동해남부 해안지방인 포항을 중심으로 지하당조직, 반미·반정부 선동 등을 통한 민심교란을 기도, 주로 납북귀환어부들을 포섭대상으로 공작해 왔음이 드러난 것인데 이 시점에서 우리는 그들의 가증할만한 흉계가 적발되어 한국에는 간첩이 발붙일 곳이 없다는 세계적 평가가 다시한번 실증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다만, 동시에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음을 또한 외면할 수 없다.
즉 그 하나는 이들이 간첩으로 남파되어온 것이 68년의 일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근 3년간을 잠복해 있으면서 끝내 자유의 몸에 귀순하지 않고 북괴로부터의 지령을 받아 움직여왔음을 알 수 있는데 이 사실은 결코 간단한 일로 보아 넘길 수 없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젯점은 납북귀환어부 3명이 이들에게 포섭 당했다는 사실이다. 평화적인 어로 작업 중에 강제로 납북 당함으로써 그들은 누구보다도 저들의 비참한 실태를 역력히 눈여겨보았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 생지옥과의 인연을 끊지 못하여 다시 간첩에 포섭 당했다는 것은 북괴의 납북어부에 대한 공작이 얼마나 음흉하고 끈질긴 것인가를 추측케 하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그들이 아무리 철저한 세뇌를 당했어도 자유사회가 가진 위대한 힘이 그 굳어진 머리를 쉽게 녹힐 수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 것이며, 또 참된 승공 태세란 자유사회가 가진 바로 이런 포섭력이 충분히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확고한 것이 된다고 믿는 것이다.
이번에 북괴로부터 풀려 나온 어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북괴가 대남 적화공작에 얼마나 광분하고 있는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할 것이다. 더우기 그들이 귀환어부들에게 선거 기를 이용, 관공서를 습격하는 등 직접 파괴활동을 벌여 사회를 혼란시키라는 지령을 내렸다는 것은 소름끼치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 어부들에게 미군철수를 선동하라고 지령했다는 것은 그들이 미군만 없으면 또 6·25같은 동란을 일으켜보겠다는 저의를 너무도 노골적으로 실토한 것으로 크게 주의해야할 발언일 것이다. 예비군의 활동을 약화시키는 행동을 하라는 것도 예비군의 존재가 그들의 침투공작에 얼마나 심대한 타격일 것인가를 응변으로 말해주는 것이라 보아 무방하겠다. 또 그들로서는 납북 어부를 송환할 때마다 자신들의 책동이 샅샅이 폭로되는 현실을 모를 리 없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번번이 똑같은 공작임무를 띠어 내려보내는 저의에 대해서도 특별한 경계를 요한다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저들의 속셈은 이번 포항지방에서 검거된 간첩사건을 통해 어느 정도 명백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은 3명의 납북귀환어부가 그들에게 포섭됨으로써 저들은 일단 저들의 손에 들어간 자들을 모두 점찍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기를 맞이하여 과열된 경쟁과 언동으로 사회에 혼란이 일지 않도록 여·야 정치인들은 각별히 조심해야 하겠으며, 치안당국은 이런 때일수록 주마가편의 경계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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