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모하는 유해식품의 종류|본사 사회부에 비친 그 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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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가짜고춧가루로 폭리>
경기도 평택읍 윤언년씨(41·여)등 5명은 가짜 고춧가루를 만들어 팔다가 검찰에 잡혔다. 김장철에 접어들어 고춧가루값이 오르기 시작한 작년 11월 중순의 일. 윤씨 등은 엿장수와 행상이 시골 농가에서 모아들인 고추씨와 희아리 고추를 한근에 50원∼80원씩 주고 사들였다. 집안에 설치한 간이방앗간에서 인체에 유해한 가죽염색용 「타르」색소로 빨갛게 물들인 가짜 고춧가루를 다시 행상을 통해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전주 등 대도시 중간도매상에 넘어가 가정과 음식점 등에 공급되었다. 윤씨등은 중간 도매상에 한근에 2백30원∼2백80원씩에 넘겼고 음식점과 가정 등에 다시 3백원∼3백50원씩에 팔어 엄청난 폭리를 누렸다.

<○…수사망 교묘히 빠져나>
유해 고춧가루가 전국에 번진 것은 10여년 전부터이며 해마다 수사당국이 단속을 펴지만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 유해 고춧가루를 먹으면 소화불량과 복통을 일으키며 심한 경우에는 암이나 간경화증을 일으킨다는 것이 위생당국의 설명. 겉보기에는 진짜 고춧가루보다 훨씬 빨갛게 보여 구미를 돋우고 값이 싸기에 때문에 소비자들이 속기 마련이다.
부정불량 식품은 한마디로「보이지 않는 살인범」이라 불려진다. 몇해 전만 해도 외국에서 흔히 수입해 온 과자류·통조림·라면 등에 공업용 색소를 쓰거나 유해 탈색소인「롱갈리프」써 큰 말썽을 빚기도 했는데 최근 제조업소의 시설이 현대화하고 기업화함에 따라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유명「메이커」에서 때로「사이콜라메이트」나「사카린」등 유해첨가물을 사용하는 일이 드러나 빈축을 사기도 한다.

<○…속셈은 제조과정 단축>
보사부 당국에 따르면 최근 부정식품의 양상이 많이 변해 요즘엔 과거에 가정에서 만들어 먹던 두부·콩나물 등에서 집중적으토 나타나고 있다는 것.
얼마전 검찰에 적발된 유해두부·가짜수구레족편 등이 훌륭한 예. 지난 19일 삼천리식품공업주식회사 대표박정수씨(60) 등 4명은 공업용 백회를 섞어 두부와 유부 등을 만들어 팔다가 검찰에 잡혔다.
이들은 서울 성북구 상계동1132에 두부공장을 차리고 두부를 빨리 응고시키기 위해 콩과 간수이외에 공업용인 쌍용포와 코끼리표 백회를 써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콩 1가마에 7홉의 공업용 백회를 섞어 두부를 빨리 만들었으며 작년 10월부터 유부 1백50만장·비단두부 25만장을 생산, 주로 음식점을 상대로 팔아 7백여만원을 벌었는데 보건당국으로부터 버젓이 허가까지 받아 불량식품을 만들어 팔아왔다.
또 한일교질화학공업사 생산과장 전동습씨(32) 등 6명은 쇠가죽 내피에 염산과 생석회 등을 섞어 만든 수구레에「포르말린」과 과산화수소를 혼합, 응고시킨뒤 노란색소·자주·생강 등을 넣어 족편을 만들어 팔다가 검찰에 잡혔다. 이들은

<○…뇌손상 파괴 증상까지>
68년 12월부터 2년여 동안 약1만관의 족편을 만들어 팔아왔는데 이 족편을 먹은 사람들은 생석회와「포르말리」등 화학약품을 먹은 셈이다.
또 날마다 각 가정의 식탁에 오르는 콩나물도 인체에 유해한 수은을 함유한 불량식품으로 밝혀져 주부들을 놀라게 했다. 「가톨릭」의대 산업의학연구소는 지난 17일 동대문 남대문 영등포 등지에서 수거한 콩나물을 분석해 본 결과 평균 0.27PPM, 최고0.32PPM의 수은이 함유되어 있음을 밝혀냈다. 이 연구소는 수은이 인체안에 축적될 경우 만성중독 현상을 일으켜 난청·시력장애를 일으키고 뇌신경세포를 파괴하기도 한다고 설명하고있다.

<○…유해색소 사용은 줄어>
주부들이 콩나물읕 끓이게 되면 수은중 90%가 증발, 크게 염려 할 것이 못된다고 이 연구소가 덧붙였으나 빨리 자라게 하려고 농약「우스물룬」을 사용하는 일은 마땅히 금지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시 보건당국이 작년 1백91개 품목의 빵·과자류를 검검한 결과 1백76개 품목이 위반이었다. 내용을 보면 나뭇조각등 식물성 이물이 16종, 모래 등 광물성 이물이 90종, 대장균군 55종, 곤깃덩이와 털 등 동물성 이물이 6건, 「사카린」등 인공감미료 14종, 기타 1종으로 나타나 대부분 위생적인 면이 도외시되었음이 드러났다. 반면 1백76개 품목중 공업용 색소가 단 2종뿐으로 제조업자가 처음부터 유해물질을 사용한 예는 줄어들었는데 과거는「롱갈리트」등 유해색소를 쓴 업자가 30%쯤 차지했다는 것이다.

<○…보사부 단속범위 확대>
보사부는 24일 이같은 부정식품의 형태가 변모하고 있음을 인정 ①비록 제조과정이라 할지라도 식품첨가물의 규격 및 기준에 맞지 않는 공업용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며 ②제조 시설에서 이물질 등이 들어가지 않도록 감독하며 ③사용중인 식품첨가물이 허용된 규격 및 기준에 적합한지의 여부에까지 단속 범위를 확대, 비록 완제품엔 큰 영향이 없다 하더라도 제조과정에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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