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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업 자금 대외 조달의 새 활로 전환사채-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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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외부에서 기업 자금을 조달키 위한 전환 사채 발행은 제도면에서 볼 때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것은 현행 외자도입법이 66년에 제정될 때부터 일종의 외국인 투자로 간주, 제도상으로 그 문호를 열어 놓은 대외 자금 조달 「루트」다. 그 실례를 좀더 추적해 본 결과 한국유리 등 3사에 앞서 전환사채를 최초로 발행한 기업은 방협 산하 면방업자들이 도입 원면의 공동 보관 및 수송을 목적으로 작년 2월에 설립한 한미면업(대표 김용주)임이 밝혀졌다.
「홍콩」에 있는 미국계 「아메라시아·인터내셔널」사와의 50대 50 합작 투자 회사인 한미면업은 지난해 10월 14만불의 전환 사채를 발행한 바 있는데 뒤에 한국측 자금 사정이 다소 나아져 5년 예정을 앞당겨 이달말까지 증자 조치를 끝내기로 결정, 현재 쌍방의 증자 및 주식 전환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예가 더 있을 법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는 한미면업 하나가 더 있었을 뿐이다. 기업들이 그와 같은 자금 조달 방식이 법적으로 가능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탓인지, 아니면 그런 방식에 호소해야 할만큼 자금 조달 사정이 「타이트」하지 않았던 때문인지 아뭏든 지금까지 인가된 것은 한미면업을 추가한 4건 1천여만불이 전부이며 이것이 모두 최근 5개월 동안에 이루어졌다는 점이 하나의 새자금 조달 방식과 다름없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사실 기업의 대외 자금 조달 「루트」는 해를 거듭하면서 다양화돼 왔다. 특히 원칙적으로 내자로 충당해야 할 운영 자금까지를 외자로 메우려는 경향이 생기면서부터 그 경로는 여러모로 변천을 거듭해 왔다.
공장건설에 필요한 「플랜트」 도입에 국한됐던 차관에 이어 한때 내자 조달용 현금 차관이 유행처럼 도입됐으며 정부가 69년말부터 이 방식에 제동을 걸자 그 뒤부터는 과거에도 이미 사례가 없진 않았지만 현금 차관처럼 흔치는 않았던 물자 차관이 운영 자금 조달의. 새로운 탈출구로 등장했다. 차관「사이드」의 이러한 변천과 동시에 외국인투자「사이드」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차관 업체로서 외국인의 자본 참가를 허용, 합작 투자 회사로 전환하는 예가 생겨났는가 하면 외국 투자자만 투자하는 형식으로 외자를 더 유치한 합작 투자 업체도 없지 않다.
68년 8월 증자 때 「유니버설·서플라이」사에 3백40만불의 매려 조건부 주식 투자를 허용한 쌍용양회와 작년 10월 「파나마」UDI에 4백만불의 출자를 허용한 동해전력, 작년 4월 한국「폴리에스터」 일「도오레이」 및 「미쓰이」 공동 출자 1백96만불 허용 조치 등이 전자에 해당하는 것이며 후자의 예로는 「걸프·오일」만의 증자 조치로 지주 비율은 물론 운영권에까지 변동을 가져온 석유공사를 비롯, 아세아자동차 등이 있다. 아세아자동차는 원래 총주식의 25%를 「아이젠버그」에 주고 있었는데 최근 외자 도입 심의위에서 「아이젠버그」 지분중 2.5%와 한국측 지분중 7.5% 합계 10%를 이태리「피아트」에 분배하는 댓가로 92만불의 신규 외국인 투자를 인가 받았다.
그러나 물자 차관이나 외국인의 신규 혹은 증자에 의한 투자는 그 어느 것도 운영 자금난 타개 방법으로서 용이한 것은 아니다. 물자 차관은 정부가 꺼리고 있으며 외국인의 신규 자본 참여나 증자는 즉각 지주 비율의 변동과 함께 회사 운영에 변화를 가져오며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응하는 자기 자금의 증자 부담이 따른다.
전환 사채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이면에는 이상과 같은 운영 자금 대외 조달의 경화 현상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는 어떤 점에서 보면 불가피하게 모색된 하나의 활로이며 때문에 정부 당국은 전환 사채 발행을 권장할 생각까지는 없어도 최소한 차관보다는 호의적인 관점에서 이를 허용하려는 눈치다.
김학렬 경제기획원 장관은 『앞으로 검토해 볼 문제』라고만 말했으나 황병태 운영차관보는 정부에 상환 부담이 없을 뿐 아니라 투자 유치에 기여할 수 있는 잇점 등이 있기 때문에 당장에 투자는 어렵고 차관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경우라면 전환 사채 발행을 권하고 싶다고 밝힘으로써 은연중 이를 차관처럼 철저히 규제하지는 않을 방침임을 암시했다. 이번에 8백20만불의 전환 사채 발행을 인가 받은 경인「에너지」도 당초에는 현금 차관 도입을 추진하다가 뒤에 변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자 도입법 시행령 등을 개정, 전환사채 발행 인수 규정을 추가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모법에 외국인 투자와 동일하게 취급토록 돼 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관계 당국자는 설명하고 있다.
전환사채의 인수는 발행 회사의 신용과 기업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따라서 합작 투자선이거나 당해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능력과 여건을 구비한 동계 업종 회사일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병유리 전환 사채의 40%를 인수한 일본의 동양초자는 기술까지 제공한 회사이며. PICA는 한국유리에 50만불을 출자, 주식 일부를 취득하고 있다. 또 경인「에너지」의 「유노코」는 합작 투자 회사로 이미 상당한 외자를 조달, 투입한 회사이다.
다만 전환 사채도 상환 조건이건 과실 송금이건 장기적으로는 국제 취지에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부채임에는 틀림없으며 약정 기간 안에 한국측이 사채에 대응하는 증자를 하지 못한 채 주식 투자화가 실현될 경우에는 운영권에 중대한 변동을 가져올 위험도 없지 않은 것이다.
또한 전환 사채 발행 증가 경향은 다음 단계의 대외 자금 조달 방식으로 지난해에 증권 업계가 건의한 일이 있는 외국인의 내국인 업체 주식 취득을 허용하는 문제를 구체화하는 단계로까지 진전하지 않을까 주목되는데 최근 일본 경제 신문이 전한 일본 정부의 외환 관리 자유화와 이와 관련한 일본 민간인의 외국 주식 취득 자유화 조치 검토설은 이러한 측면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이다. <변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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