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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서울지하철 '공포의 40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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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 지하철 2호선이 전동차 전력제어 장치 이상으로 40여분간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전동차는 종합사령실과의 교신마저 끊겨 바로 뒤따라 가던 전동차가 이 사실을 모른 채 운행,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28일 오전 8시1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봉천역에 정차한 뒤 서울대입구역으로 출발하려던 2085호 전동차의 전원이 갑자기 끊기면서 전동차가 멈춰섰다. 사고 전동차는 오전 7시59분 신도림역을 출발할 때부터 실내등 일부가 깜빡거리는 등 이상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지하철공사는 사고 내용을 승객들에게 즉시 알리지 않고 "다음 열차를 기다려 달라"는 안내방송만 반복하다 결국 5분이 지난 뒤에야 수동으로 전동차 문을 열어 승객들을 모두 하차시켰다.

이후에도 "기다려 달라"는 방송만 내보내다 사고 발생 20분이 지난 8시30분쯤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 달라"고 방송해 대책 없이 다음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한꺼번에 지하철 출구로 몰려 혼잡을 빚었으며, 일부 승객은 역무실로 몰려가 항의했다.

특히 2085호 전동차는 사고 직후 무전 교신이 끊겨 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에 연락하지 못하는 바람에 뒤따르던 2087호 전동차는 오전 8시12분 신림역을 출발했다.

2087호는 다행히 4백m 이내에 다른 전동차가 있으면 켜지는 자동신호기의 주의 경보에 따라 신림역과 봉천역 사이 지하 터널 선로에 멈춰섰다. 종합사령실은 7분 뒤에야 교행하던 2098호 전동차로부터 사고 소식을 보고받았다.

2087호 전동차가 지하 선로에 멈춰서자 승객들은 '흔히 있는 지연 상황'이라고 생각했지만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30분 가량 움직이지 못하자 극도의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승객들은 대부분 휴대전화를 꺼내 가족과 회사에 전화를 걸었으며 어린 학생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또 일부 승객이 대구 지하철 참사 이야기를 꺼내자 비상시 수동으로 문 여는 방법이 적힌 스티커를 읽기 위해 출입문 근처로 승객들이 몰렸다. 한 승객은 객차 유리창을 억지로 열었다.

이 열차에 탔던 윤동환(30.서울 구로구 고척동)씨는 "상황을 설명하는 안내방송이 계속됐지만 대구 지하철 참사가 떠올라 불안했다"고 말했다. 지하철 공사는 뒤따라 오던 열차(2087호)를 사고 차량에 연결해 군자 차량기지로 견인, 오전 8시54분쯤 노선 운행이 정상화됐다.

사고 전동차를 견인하는 동안 지하철 2호선을 운행하던 전동차 30여편이 역이나 선로에 장시간 정차하는 바람에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던 승객 수만명이 무더기로 지각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사고 당시 역 구내 전차선에는 전기가 흘렀지만 고장 전동차에는 전원이 끊겼으며 무선 교신 장비도 배터리가 방전돼 교신이 되지 않았다"며 "축전지 충전 제어회로가 떨어지면서 이상이 생긴 것으로 일단 드러났으나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손해용.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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