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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수입차, 강남은 좁더라 진주·순천·안동·군산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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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강남지역에서 주로 영업하던 수입차 업체들이 ‘탈(脫)강남’을 외치고 나섰다. 늘어나는 판매량을 기반으로 강북으로 진출하는 것은 물론 서울 이외 지역에도 전시장들이 속속 들어서는 추세다.

 수입차 업체들에 강북구는 블루오션이다. 전통의 텃밭 강남지역은 어느 정도 보급이 이뤄지면서 판매량이 안정된 상황이다. 반면 강북구의 경우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3% 증가할 정도로 신흥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강북구에 수입차 업체들이 앞다퉈 진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달 서울 미아동에 지상 5층 규모의 강북전시장을 개장해 7세대 신형 골프와 폴로·파사트·티구안 등 주요 모델 13대를 전시했다. 인근 노원구와 종로구·동대문구의 수요도 함께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강북에 이어 강서지역의 핵심 상권인 목동에도 전시장을 열었다. 포드코리아도 구리와 의정부 전시장에 이어 1일 미아 전시장을 열었다. 포드는 미아 전시장에서 포드와 링컨 전 모델 시승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국내 최초로 링컨 브랜드 고객들을 위한 전용공간인 ‘링컨 익스클루시브 라운지’도 선보인다.

경북 등록대수, 4년 만에 196%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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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강남’에 이어 ‘탈서울’도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 지역은 물론이고 지방의 중소도시도 마다하지 않는다. 올 5월 경북 안동에 전시장을 연 도요타는 4개월간 40여 대의 차량을 판매해 중소도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달 초 전국 9개 지역에 전시장을 새로 낸 아우디의 행보는 더 도발적이다. 아우디는 올 들어 서울 강북지역의 동대문과 한강대로에 전시장을 낸 데 이어 전국의 지방 중소도시를 파고드는 전략을 택했다. 새로 생긴 전시장 중 절반은 수도권 도시인 안양, 서울과 가까운 천안, 도청소재지인 청주와 춘천이지만 나머지 네 개 매장은 경북 포항, 경남 진주, 전북 군산, 전남 순천 등 군소 도시다. 특히 순천과 군산에 수입차 매장이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아우디 측은 “기존 수입차 시장을 대도시가 이끌어갔다면 이젠 제2도시들이 활약할 차례”라며 “군산은 전북에서 전주 다음으로 큰 도시, 순천은 전남에서 광주 다음으로 큰 도시, 포항은 경북에서 대구 다음, 진주 역시 경남권에서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규모는 작아도 구매력은 충분한 도시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를 제외한 경북지역의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2009년 687대에서 지난해 2038대로 196% 증가했다. 광주광역시를 제외한 전남지역도 같은 기간 576대이던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가 1609대까지 늘었다. 강원도는 2009년보다 1000대 증가한 1613대의 수입차가 지난해 새로 등록됐다. 대전을 제외한 충남지역은 최근 4년새 수입차 등록대수가 1500대 가까이 늘어나 작년에만 2300대에 이르렀다.

 수입차들이 지방으로 진출하면서 지역 상권을 바꾸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수입차 전시장은 일반 매장에 비해 천장이 높고 전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상권 전체의 이미지를 한 단계 올리는 역할을 한다. 또한 소득이 높은 고객들이 주로 오가기 때문에 인근 상권에 좋은 영향을 준다. 경기도 분당의 서현동은 도산대로에 이어 ‘제2의 수입차 메카’로 떠오르면서 부촌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아우디·도요타·재규어랜드로버·포드 등 다양한 수입차 브랜드들이 서현동에 터를 잡아 거리를 화려하게 만들었다. 세계적인 명차들이 한데 모인 해운대 역시 부산 최고 부촌임을 과시했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포르셰·벤틀리·마세라티 등 고급 수입차 브랜드들이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냈고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도 곧 전시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차 안방 울산엔 아우디·포드 가세

 3년 전 크라이슬러 전시장 하나뿐이던 제주시에도 지금은 네 개 업체가 들어서 수입차 거리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올 5월 제주 연삼로에 BMW와 미니 합동전시장이 생겼다. 폴크스바겐 역시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열 계획이다. 이들이 자리 잡은 곳은 왕복 6차선 도로인 연삼로. 제주공항과 제주특별자치도청·제주시청과 모두 가깝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노른자위 땅에 수입차 브랜드가 들어서면서 인근지역 이미지도 함께 상승했다”며 “브랜드가 서너 개 이상 모여 수입차 거리를 형성하는 것이 고객과 업체 모두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새로운 브랜드들도 이 지역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대차의 안방인 울산에도 수입차 업체들의 진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지역에서 자리를 잡은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 등이 새로운 시장으로 넘보는 모양새다. 아우디는 지난해 울산에 전시장을 열었고, 포드도 8월에 울산광역시 옥동에 2층 규모의 전시장을 냈다. 울산시 남구에 전시장을 둔 BMW는 지난 3년간 울산지역 수입차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아우디 관계자는 “울산은 현대차 고객이 많은 지역이지만 최근에는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수도권보다 경제력이 높아 수입차 고객이 얼마든지 더 늘어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산과 울산·경남지역의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 10년 동안 7배 가까이 성장했다.

국산차는 강남행 … 최고급차 정면대결

 수입차들의 거센 공세에 맞선 국산차는 역으로 강남행을 택했다. 현대자동차는 올 7월 상반기 경영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서울 도산대로에 현대차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서울 강남 도산대로는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 28개 가운데 20여 개가 모여 있는 격전지다. 매장 수가 많을 뿐 아니라 업체별로 국내 최대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볼거리도 많다. 현대차가 수입차의 전장에 최고급 브랜드 스토어를 여는 것은 적진의 한복판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하지만 현대차 전시장은 1년째 공사 중이다. 올 연말에도 전시장을 열 계획이 없다. 6개월 정도면 가능한 리모델링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이에 수입차 업계에서는 막상 들어오기로 결정은 했지만 전시장 컨셉트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DNA를 느낄 수 있는 전시장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중”이라며 “아직 정확한 계획을 마련하지 못해 당분간 전시장을 열기 어렵다”고 밝혔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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