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다섯 달 만에 벗겨진 숭례문 서까래의 단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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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숭례문 서까래의 일부 단청이 벗겨져 흉한 모습을 드러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단청이 벗겨지는 현상은 5~6월부터 감지됐고, 지금까지 무려 20여 곳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물론 단청은 햇빛·습도·바람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박락과 퇴색이 진행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지난 5월 4일 5년3개월간의 복구공사를 마치고 성대한 복구기념식을 치른 지 불과 다섯 달 만이라는 점에서 놀랍다. 숭례문 단청 공사를 담당했던 홍창원 단청장은 8일 현장 설명회에서 “전통안료와 아교를 사용하다 보니 생긴 일로 보인다”고 단청이 벗겨진 원인을 추정했다. 검증이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통기술을 고증해 적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다.

 사실 숭례문 복원공사는 전통기술을 되살려 복구 작업을 진행해 완공 당시 국민에게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안겨줄 업적으로 평가받았다. 단청 작업도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수백 년 전 기술을 되살려 현장에 적용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이 이번 일로 드러난 셈이다. 단청이 벗겨진 것은 이런 시행착오의 하나로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다. 우리는 숭례문 복구를 비교적 원만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원동력의 하나로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일을 추진했다는 점을 꼽는다. 전통 장인과 학자·전문가가 지혜를 모으고 다양한 조사·연구를 거쳐 철저한 고증을 함으로써 원형을 최대한 살려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번 단청 사건도 서둘러 일을 미봉하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차분하게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옳을 것이다. 숭례문 복구 당시 “화재라는 불행을 한국 전통문화 복원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찬가지로 단청 장인들과 문화재 관계자들은 이번 기회에 전통기술을 완전히 복원하고 습득해 한국의 단청 수준을 도약시키는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