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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50만원 … 운동부 자녀 둔 학부모 등골 빠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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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A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모(17)군은 매달 150만원을 학교 축구부에 내고 있다. 합숙비가 110만원, 간식비가 40만원이다. 합숙비엔 감독 및 코치 월급도 포함돼 있다. 여름·겨울방학 때는 훈련비 50만원을 추가로 낸다. 어머니 장모(45)씨는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것은 축구화와 유니폼 등 기본 장비뿐”이라고 말했다.

 초·중·고등학교 운동부 상당수가 학교 운영비 대신 학부모들의 ‘지갑’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6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 운동부 운영경비 회계자료’에 따르면 구기 종목(축구·야구·농구·배구·아이스하키 등) 운동부가 있는 전국 1015개 초·중·고교의 올해 1∼9월 운영비에서 학부모가 부담한 비용은 631억원에 달했다. 반면에 학교가 부담한 비용은 92억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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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 대상 학교 가운데 120개교는 아예 학교 지원금이 ‘0원’이었다. 학교 지원금이 300만원 이하인 곳도 297개교나 됐다. 올해 황금사자기와 청룡기 고교야구를 석권한 서울 덕수고 야구부의 학부모 부담금은 2억6400만원이었지만, 학교 부담금은 14만원에 그쳤다.

 올해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 춘계 한국 고등학교 축구연맹전 등 2개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서울 언남고 축구부의 학부모 부담금도 2억원이었으나 학교 부담금은 267만원에 불과했다.

 학부모들의 부담은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커졌다. 학부모들의 1개 학교당 평균 부담액이 초등학교에선 3700만원이었으나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교 시절엔 8900만원으로 2.4배 증가했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학교와 학부모의 부담액 차이는 10배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학교 운동부 지도자들의 임금도 들쭉날쭉했다. 학교 운영비와 학부모들이 갹출해 월 800만원 이상을 받는 억대 연봉자들도 있었지만 20개교는 아예 학교가 월급을 주지 않아 학부모들에게 전액 임금을 의존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같은 운동부의 불합리한 운영구조가 대학 스카우트 비리로 이어져왔다는 점이다. 그간 인기 구기종목의 스타플레이어급 선수들은 오히려 대학으로부터 거액의 스카우트비를 받고 진학하곤 했는데, 대학 감독들은 기량이 부족한 선수들을 부정입학시켜 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우수선수 스카우트 비용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량이 부족한 선수들이 뒷돈을 내고 대학에 진학할 땐 고교 감독들이 로비 책임을 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초·중·고교 운동부 지도자가 금품수수 문제로 처벌된 사건이 62건이었으며, 이 중 상당수는 고교 감독이 대학에 학생을 보내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었다고 박 의원 측은 설명했다.

 박 의원은 “고교의 경우 학부모들은 무리한 경비 부담과 부당한 청탁금 등 뒷돈 거래가 관행적으로 이뤄져도 혹여 자녀가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거나 대학 진학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냉가슴만 앓고 있었다”며 “초·중·고교 감독들의 직업적 안정성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이런 비위 행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석·장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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