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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촬영 뒤엔 먹던 약 재복용 시기 꼭 상담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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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을 받을 시에는 검진기관과 본인의 건강상태·가족력·복용 약물검진 간격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사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건강검진 시즌이 다가왔다. 회사가 일부 비용을 부담하는 직장인 종합건강검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건강검진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수검자들은 “두세 시간 검사 받고 오면 되지”라는 수동적인 입장이다. 일부는 “검진 과목이 거기서 거기고, 받아봐야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내과 조상헌 원장은 “건강검진의 목적은 질병의 조기 발견”이라며 “검진기관 선정부터 본인의 건강 상태·가족력·검진 간격 등을 꼼꼼히 따져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개원 10년을 맞이하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는 그간의 성과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인에게 적합한 건강검진 가이드라인을 정립했다. 조 원장의 도움말로 ‘건강검진 똑똑하게 받기’를 알아봤다.

건강식품 복용 여부도 알려야 도움

첫째는 검진기관 고르기다. 조상헌 원장은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건 아니다”며 “획일적인 검진보다 상담을 통해 나이·건강 상태·질병력·가족력·생활 습관을 반영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라”고 권했다. 예컨대 흡연 남성은 폐암 발견을 위해 저선량 흉부CT를, 고혈압이나 뇌출혈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뇌혈관MRI를 선택한다. 검진기관은 전문의·간호사와 상담할 수 있는 곳인지 확인한다. 추천받는 검사가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고 효용성이 입증된 검사인지 물어본다.

본격적인 검진에 앞서 챙겨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본인 정보다. 가족력·병력·복용 약물과 건강식품 외에도 의료용 조영제·특정 약물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는지 의료진에 알려야 한다. 조 원장은 “중증 알레르기질환이 있으면 CT 촬영에 사용되는 조영제에도 알레르기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럴 땐 예약 상담 단계에서 미리 알려야 한다. 호흡기질환자는 수면내시경을 받을 때 호흡이 억제될 수 있다. 폐기능 검사를 통해 수면내시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CT 촬영 전엔 담배나 껌도 안 좋아

금식은 건강검진의 필수다. 검진 전 최소 12~14시간 금식해야 한다. 대장내시경을 받으려면 검진 3일 전부터 참외·포도·수박 같은 씨 있는 과일·잡곡류·견과류·파·버섯 등을 피해야 한다. 2일 전부터 양배추·시금치·해초류 등 섬유질이 다량 함유된 음식도 삼간다. 조 원장은 “금식을 하지 않으면 간·신장·비장·담낭 부위의 복부초음파 검사가 어렵고, CT조영제 부작용이 발생할 때 기도 흡인과 같은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담배나 껌도 위장 내 공기를 발생시키므로 가급적 삼간다. 평소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혈압·당뇨·혈전 약물이 대표적이다. 조 원장은 “금식 중에 당뇨약을 복용하면 저혈당 위험이 있다. 특히 메트포민 계열의 당뇨약을 복용 중인 환자는 CT 검사 후 48시간 약물 복용을 중단해야 급성신장질환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전용해제는 조직검사 시 혈액 응고를 지연시키므로 검사 3일 전부터 약을 끊는다.

검진 후에는 결과 상담과 추후 관리가 중요하다. 상담 시 면담·전화를 통해 직접 의사에게 설명을 듣는 것이 가장 좋다. 결과지 내용만으로는 ‘정상’ ‘비정상’을 확인할 뿐, 위험 경계에 있는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이상 소견이 나타나면 연계된 진료를 통해 수술·약물 치료, 추적검사 등의 조치를 취한다.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다음 검진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위내시경 1~2년, 대장내시경 3~5년 간격 적절

적절한 건강검진 간격은 어느 정도일까. 조 원장은 “검진기관은 많지만 아직까지 검진 간격뿐 아니라 검사 항목·권장 연령 등 세부 지침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는 한국인에게 적합한 건강검진 가이드라인을 정립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10년 동안 건강검진을 받은 35만여 명을 분석했다.

센터는 연구를 통해 위암 검진은 1~2년 간격이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2년 이내에 내시경 검진을 받은 환자는 89.9%가 치료율이 높은 조기 위암인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는 56.7%만이 조기 위암이었다. 소화기내과 김주성 부원장은 “특히 1~2년 간격으로 정기검진을 받은 환자의 46.5%는 개복술이 아닌 내시경절제술로 치료할 수 있었지만, 2년이 넘어가면 15.6%만이 내시경 치료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단 위암 가족력·만성위축성 위염·장상피화생(위 점막이 장 점막의 형태로 바뀌는 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연 1회 검진이 좋다.

흔히 대장내시경은 50세 이후에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 부원장은 “대장내시경을 받은 2452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고위험군(대장암 가족력·흡연·남성)에서는 40~49세에도 대장암의 전 단계인 진행성선종 위험인자를 확인했다”며 “고위험군은 50세 이전부터 대장암 검진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종성 용종(암의 전단계)이 발견돼 절제한 사람은 3년이 지난 후 추적 관찰하는 게 좋다. 반면 저위험군은 5년 간격으로 대장내시경을 받아도 된다.

유방암 검진은 유방 촬영과 유방 초음파를 동시에 하는 것이 좋다. 서울대병원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 6837명 중 15.3%(1047명)는 아무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유방암이 발견됐다. 이 중 256명은 유방 촬영에서 이상 소견이 없었으나, 초음파 검사로 유방암을 진단받았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은 유방 촬영으로 암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치밀유방인 경우가 많다. 유방암 진단 환자의 89.4%가 이에 해당했다.

오경아 기자

[알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는 12·13일 어린이병원 임상강의실에서 개원 10주년 건강심포지엄을 개최한다. 12일에는 일반인을 위한 심포지엄이 진행되며 ‘백년을 견디는 허리’, ‘그들이 전하는 건강의 지혜 10가지’, ‘건강하게 사는 법’등 건강 강좌가 마련된다. 의료인을 위한 13일 심포지엄은 위암·전립선 암·유방암 등 각종 질환의 조기검진에 대한 전문가 강의가 진행된다. 신청 02-2112-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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