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치매환자 제대로 돌보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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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 가족을 힘들게 하는 건 환자의 돌발적이며 거친 행동이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가족은 환자를 포기하고 요양원 입소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런 행동심리 증상은 환자 입장에서 정서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이른바 완화케어다. 이를 통해 환자 가족은 힘들지 않고, 환자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다. 지난달 21일 치매 극복의 날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을 중심으로 가정에서 치매환자를 돌보기 위한 다양한 기법을 소개한다.

탁틸요법 환자와 스킨십으로 정서 안정

치매환자의 과격한 행동은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쉽게 흥분하고 때론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인다. 탁틸요법은 환자에게 스킨십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도와주는 방식이다. 1960년대에 스웨덴에서 미숙아 케어로 시작됐다. 그러다 치매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치매환자에게 적용됐다. 탁틸은 ‘만지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Taktklis’에 어원을 두고 있다. 양손으로 등이나 손발을 부드럽게 감싸면서 만지는 개념이다. 손과 몸을 만진다는 점에서 마사지와 비슷하지만 개념이 약간 다르다. 마사지는 근육이나 신경을 풀어주기 위한 것이라면 탁틸요법은 피부를 맞대고 소통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래서 세게 누르지 않고 부드럽게 쓰다듬듯이 어루만진다.

먼저 환자가 편안히 앉은 상태에서 손으로 등에 원을 그리면서 쓰다듬어 준다. 1초에 5㎝ 정도의 속도가 적당하다. 손끝이 항상 등에 닿도록 하고 같은 부위를 3~5회 반복한다. 등·허리·어깨에서 시작해 부위를 옮겨가면서 손·발까지 전신을 어루만진다. 시간은 20분 정도가 좋다.

피부 접촉을 통해 환자와 가족 간 신뢰관계가 회복되면서 환자는 불안감과 공포감이 줄어 증상이 완화된다.

회상요법 어릴적 하던 놀이 해보면 좋아

치매에 걸리면 평생 간직했던 많은 기억을 잃는다. 그런데 비교적 오래된 기억은 간직한다. 회상요법은 과거에 익숙한 상황들을 연출하는 방법이다. 자연스럽게 과거 기억을 회상하도록 도와줘 지난날 고착된 감정을 긍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환자의 의욕이 향상되고, 문제가 됐던 증상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표정이 풍부해지고 대화가 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자주 했던 놀이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직접 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과거의 사진을 보면서 계절이나 추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다. 환자는 좋은 기억을 떠올리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찾고 집중한다. 환자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나 장소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령 가마솥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부엌에서 요리를 함께 해보는 것도 좋다. 직업이 재단사였다면 옷을 만드는 것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식이다.

단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한다. 비판 없이 그대로 수용하고, 공감을 표현해 주는 것이 좋다. 또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부분은 되묻지 않고 약속한 비밀은 지켜야 한다.

작업치료 오감 자극하면 뇌기능 활성화

치매환자는 방치하면 상태가 악화한다. 반대로 오감을 주기적으로 자극하면 호전된다. 작업치료는 감각을 반복적으로 자극함으로써 뇌 기능을 활발하게 움직여 증상을 개선하는 원리다. 치매환자에게 남아 있는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는 목적이다.

기억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훈련으로는 시간차 회상법과 점진적 소실법이 사용된다. 여러 단어를 기억시킨 뒤 반복적으로 기억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처음 45초 후 확인한 뒤 시간 간격을 1.5분, 3분, 6분, 12분, 24분으로 점차 늘려나간다.

반면 점진적 소실법은 기억시킨 정보를 단계적으로 줄여가면서 확인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번호를 모두 가르쳐 준 뒤 끝자리부터 하나씩 기억해야 할 정보를 늘려가는 방식이다. 낱말게임이나 시 읽기, 감정 표현하기 등은 언어능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음악을 들으면서 노래를 부르거나 율동을 함으로써 신체기능과 감각기능도 개선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고 식물을 가꾸는 원예치료도 도움이 된다. 순천향대 작업치료학과 이성아 교수는 “작업치료는 환자의 일상을 지켜주는 활동”이라며 “계속 활동을 하게 만들어 인지 손상이 있는 치매환자의 뇌를 활성화시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류장훈 기자
사진=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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