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발돋움 EEC 경제 통합|경제·통화 동맹 단계적 실현과 새로운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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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EEC (구주 공동 시장)의 성패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해로 일컬어져 오던 71년에 들어서 하나의 난제가 해결됐다.
지난 9일 브뤼셀에서 이틀에 걸쳐 열린 EEC 각료 이사회는 「경제·통화 동맹의 단계적 실현에 관한 결의안」을 매듭지었다.
이로써 EEC가 60년대에 이룩한 관세 동맹, 농업 공동 시장 완성에 이어 이보다 차원이 높은 다원적 통합에의 길로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이는 동시에 대 유럽의 꿈을 실은 정치적 「결의안」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EEC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고비로는 영국의 가입 문제가 남아 있다.
전후 25년간 구주를 등지고 미국과 함께 「앵글로·아메리컨」의 밀월을 즐기며 구주를 지배하던 영국은 구주의 정치·경제적 주류가 EEC로 옮겨가고 영미의 특수 관계가 해소됨에 따라, 세계 정치 무대에서 「단역」으로 전락하게 되자 EEC에서 활로를 찾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가 아직도 「골리즘」의 그늘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에 경제 통화 동맹과 영국의 가입 문제는 시련에 부딪치고 있다.
경제 통화 동맹은 애초에 69년「헤이그에서의 EEC 정상 회담의 결정에 따라 「베르너」「룩셈부르크」수상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위원회에서 시안을 마련했었다. 이 안은 1980년까지 10년간 부분적으로 초국가적인 결정권을 지닌 경제 통화 정책 결정 기구를 설치하는 것을 비롯, 공통의 준비 제도와 단일 통화를 창설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경제 통화 정책면의 협력 관계를 단계적으로 개선하여 차차로 정책의 결정권을 공동체 기구로 넘김으로써 궁극적으로 이를 정치적인 면에까지 확대시키자는 내용이었다.
이 시안을 두고 서독을 비롯한, EEC 가입 5개국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프랑스는 우선 이 계획의 제1단계, 즉 73년까지의 단계적 조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맞섰다.
프랑스가 이 안을 두고 망설인 것은 경제 정책면에서 자체 정부의 주권이 제약 받게되면 EEC 전체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서독의 「마르크」화권에 휩쓸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프랑스의 이러한 반발로 EEC는 내부의 의견 조정에 실패, 올해 1월1일부터 실시 예정이던 경경·통화 동맹 계획을 2월의 각료 이사회에서 결정하도록 미루었던 것이다.
프랑스는 또한 영국의 가입 문제에 대해서도 매우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은 이미 농업 면에서의 출혈을 각오하면서 EEC의 농업 정책에 승복하겠다고 통고했었다. 자유 무역 주의를 내세우는 영국이 보호색이 짙은 EEC의 농업정책을 승복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비장한 결단이었다.
EEC 재정의 95%가 농업 보호 정책에 지출되고 있으며 프랑스가 EEC 6개국 중 농업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라는 점에 비추어 구주에서 최대의 식량 수입국인 영국의 이러한 결단은 역설적으로 프랑스 농업에 대한 영국 국고의 보조를 뜻한다.
영국은 EEC의 재정 정책에 따르되 이를 전면 적용하기에 앞서 영국의 재정 분담을 5년의 과도 기간과 3년의 유예 기간을 두어 8년간은 13%∼15% 선으로 묶어 줄 것을 요구했다.
현재의 EEC 정책을 그대로 따르면 78년에 영국의 EEC 재정 부담이 서독과 프랑스 보다 훨씬 많아져 전체의 31%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 탓이었다.
서독을 비롯한 5개국은 영국의 주장에 어느 정도로 신축성을 보이고 있으나 프랑스는 이는 특혜 조치이기 때문에 『포괄적인 해결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 통화 동맹과 영국의 가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완강하게 버티어온 프랑스서도 끝까지 반대할 『바탕』은 지니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절대적 『국익』을 추구해온 외교 지침도 변전하는 주위 상황에 따라 수정돼야할 국면에 처했기 때문이다. 현 단계에서는 오히려 영국내의 EEC 가입 반대론이 주목되고 있다. 최근의 여론 조사 결과는 가입 찬성이 24%, 반대 61%, 미정이 14%에 이르고 있다. 또한 내외에 널리 알려진 유력한 영국 경제 사회 연구소도 EEC 제국의 경제 성장률이 타국에 비하여 둔하고 영국이 가입할 경우, 국내의 제반 코스트가 오르고 국제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가입은 경제적 이익보다는 구주에 복귀하여 다시 옛날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정치적인 포석에 역점이 있으므로 보수당 정권은 국민의 설득에 최대한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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